간절함 담아 헬멧 안쪽에 적어둔 메시지...'위기의 남자'는 이렇게 준비했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힘 빼고 가볍게 앞에 놓고 끝까지 스윙'

지난 2년간 KIA 주전 유격수으로 활약한 박찬호(27) 헬멧에는 사진에서 보듯 간절한 마음을 담은 타격에 관한 글이 적혀있다.

헬멧은 야구선수와 365일 거의 붙어 있다. 가장 보기 쉬운 곳에 글을 써놓고 주문처럼 외우면 슬럼프를 탈출할 때나 새로운 시도를 할 때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박찬호는 올 시즌 강력한 포지션 경쟁자가 나타나기도 했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종국 감독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장 먼저 벌크업에 성공해 파워를 키웠다. 근육량을 5kg 늘리고 몸무게를 77kg까지 올렸다. 지난 시즌까지 운동선수 치고는 말랐다는 느낌의 슬림한 몸이었지만 이제는 다부진 몸으로 바뀌었다. 벌크업을 한 이유는 타격 향상을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박찬호는 뛰어난 운동 신경을 바탕으로 탁월한 수비력을 자랑했지만, 타격에서는 항상 아쉬움을 남겼다. 6년 통산 타율이 0.234에 그쳤고 2021시즌은 131경기서 타율 0.246 1홈런 59타점 51득점 9도루에 머물렀다.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2019시즌이 타율 0.260 2홈런 49타점 60득점이었다. 이때는 39 도루를 기록하며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2020시즌부터 도루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타격 지표도 하락했다.

이런 와중에 연일 매스컴에서는 포지션 경쟁자 슈퍼루키 김도영(19)의 활약상이 전해지고 있다.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리는 김도영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지난 NC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서 6회 대주자로 등장해 폭풍 같은 질주로 2루와 3루를 연이어 훔친 뒤 송구가 빠진 틈에 홈까지 밟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이 모습을 본 야구팬들은 이종범의 재림이라고 부르며 깜짝 놀랐다. 이어진 타석에서는 NC 원종현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어내며 왜 슈퍼루키라 불리는지 증명했다.

그리고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삼성 최하늘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홈런까지 기록했다. 다음 타석에서도 중전안타를 기록하며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이렇듯 김도영은 공.수.주 모두 갖춘 완성형 신인 선수로 2022 신인드래프트에서 문동주(한화)를 제치고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선수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아직까지 김도영보다 박찬호가 안정감이 있다. 김도영은 지난 KT와의 연습경기에서 후반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며 9회 연이은 땅볼 타구 처리 실책을 범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반면 박찬호는 안정적 포구와 송구는 물론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로 여러 차례 호수비를 보여줬다. 특히 지난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는 왜 박찬호가 수비에서 우위인지 보여줬다. 삼성 공민규의 타구가 그라운드에서 한 번 크게 튀어 솟구쳐 올랐을때 감각적 핸들링으로 포구한 뒤 송구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뛰는 야구 '뉴 타이거즈'를 선언한 김종국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두 선수가 공수에서 서로 경쟁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찬호는 헬멧에 타격에 관한 글귀까지 남기며 타격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다.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박찬호가 과연 KIA 개막전 선발 유격수 글러브를 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헬멧에 타격에 관한 글귀를 남긴 박찬호. 사진 = 창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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