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레드 레토 '모비우스', 선악의 경계에 선 안티히어로 [마데핫리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자레드 레토가 또 해냈다. 에이즈에 걸린 트랜스젠더 레이언('달라스 바이어스 클럽')부터 미치광이 살인마 조커('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만났다 하면 '인생캐'를 새로 쓰는 그가 영화 '모비우스'(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를 통해 한 단계 진일보했다.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SU) 신작 '모비우스'는 마블 원작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적수로 등장하는 마이클 모비우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첫 실사 영화다. 모비우스를 중심으로 처음 펼쳐지는 만큼 일찍이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희귀 혈액 질환으로 지팡이 없인 걸을 수 없다. 몸은 갈비뼈가 훤히 드러날 만큼 말랐고, 얼굴 혈색은 핏기 없이 창백하다. 모비우스에게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죽마고우 마일로(맷 스미스)가 있다. 마일로는 치료제를 개발하려 노력하는 모비우스에게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든든한 힘이 돼준다.

모비우스는 끊임없는 연구 끝에 흡혈박쥐와 인간 DNA를 결합한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후 동료 마르틴(아드리아 아르호나) 박사에게 자신의 몸에 혈청을 주사해달라고 부탁한 뒤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흡혈을 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인공혈액으로 갈증을 대신하나, 시간이 흐를 수록 인간의 피를 간절히 바란다.

모비우스의 변화를 마주한 마일로는 인생을 뒤바꿀 혈청을 갈구한다. 모비우스의 만류에도 몰래 혈청을 몸에 주입하고, 강렬한 존재로 거듭나 복수의 칼을 꺼내든다. 모비우스에 비해 절제력이 부족한 마일로는 모비우스의 동료, 경찰, 시민 등을 처참하게 죽이고 피를 빨아들인다. 게다가 마르틴까지 해치려 하면서 모비우스와의 갈등이 격화한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모비우스의 액션 신이다. 무기인 빠른 속도로 뉴욕 빌딩숲을 가로지르며 적을 제압하는가 하면, 마일로와 지하철 역사를 누빌 때면 폭주에 가까운 격투를 선보인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베놈', '트랜스포머3'를 탄생시킨 할리우드 대표 제작진이 힘을 합쳐 매끄럽게 조화한 덕분이다.

모비우스의 '저세상 비주얼'은 색다른 볼거리를 안긴다. 붉은 눈동자, 들창코, 푹 꺼진 뺨, 날카로운 송곳니, 길고 뾰족한 손톱은 박쥐와 사람이 반반 섞인 듯 오묘하다. 동물적 본능이 발산될 때 박쥐의 형상으로 휙휙 바뀌는 연출이 유독 신선하게 다가온다. 제작진은 시각특수효과로 자레드 레토, 맷 스미스 본연의 생김새를 살렸다. 모비우스의 급변하는 감정을 잘 드러내기 위해 헬멧 카메라를 이용해 미묘한 얼굴 정보와 특질을 포착했다.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이 "모비우스는 마블 유니버스에서 가장 이타적인 캐릭터 중 하나다. 자신과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시도를 하다가 괴물로 변한다"고 말한 것처럼 파괴적 본능과 세상을 구원하려는 내면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모비우스는 안티히어로의 색다른 변주를 만든다. 모비우스를 연기한 자레드 레토의 힘이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선악의 양면이 희미한 안티히어로를 유려하게 묘사하면서 관객을 끌고 나간다.

30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 소니 픽쳐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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