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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김오수 검찰총장이 2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하자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김 총장을 직접 만나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달라”며 사표를 반려한 지 닷새 만에 다시 사직서를 낸 것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6명의 고검장 전원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도 이날 일괄 사표를 냈다.
검찰 지휘부가 총사퇴한 셈이다. 대검 차장검사와 광주고검장을 지낸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 총장은 이날 출근 길만 해도 “국민·국회·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카드까지 던졌지만 여·야가 공직자·선거범죄 등 4대 범죄 수사권 즉시 폐지 등 ‘단계적 검수완박’에 합의하자 결국 물러나게 됐다.
김 총장은 대변인실을 통해 사직서 제출을 밝힌 뒤 별도의 입장은 내지 않고 지하 주차장을 통해 대검 청사를 빠져나갔다.
앞서 박병석 의장은 이날 오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 ▲6대 중요범죄 중 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범죄 수사권 즉시 폐지 ▲부패·경제범죄 수사권은 향후 1년 6개월 내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기 전까지만 한시적 유지 ▲검찰의 보완수사 때 여죄 수사 금지 ▲4월 임시국회 내 법안 의결 등을 담은 중재안을 내놨다.
이에 양당 원내대표과 의원총회를 거쳐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검수완박’이 실현됐다.
여야의 중재안 합의 소식을 접한 검사들은 ▲수사와 기소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숙의 없이 시한을 못박아 법안을 통과시키는 한편 ▲경찰권 비대화 통제 방안 등이 담기지 않아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불사하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던 야당이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가짜뉴스 아니냐. 정말 사실이 맞느냐”고 묻는 등 검찰 전체가 술렁였다.
중재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회의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선거범죄를 수사해온 각 검찰청 공공수사부(옛 공안부)는 곧바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특수부도 전국 6개 부에서 3개 부로 축소하고, 향후 1년 6개월만 존치하는 등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됐다.
대검찰청도 별도 입장문을 내고 “금일 공개된 국회의장 중재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국회 특위 등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번 하지 못한 채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마지막까지 부당성을 알리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검찰 간부는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공직자·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틀어막는 데 여야 정치인들이 담합을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간부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닭 쫓던 개가 됐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단계적인 검찰 말살”이라며 “특수부는 향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해 살아남게 하면서 검찰을 갈라치는 안”이라고 했다.
일선 검사는 “선거사범에 대해 세계 유례없는 6개월 최단기 공소시효를 규정한 우리나라에서 검찰의 선거수사를 없애는 건 앞으로 부정선거 수사를 막는 정치인만을 위한 법”이라며 “정치인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일반 형사범 시효로 개정해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검수완박’ 법안 추진 방식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검찰 안에서는 기대감이 있었다. 김오수 총장은 박병석 의장에게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직접 건의했고, 전국 고검장 6명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법안 통과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전국 검사장·부장검사·평검사·수사관 회의도 잇달아 열려 ‘검수완박’ 반대와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대검 간부들은 직접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통과시 문제점을 설명하는 등 여론전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중재안에는 이 같은 검찰의 입장이 담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중재안의 1항부터 동의할 수 없다. 4월 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것도 강행한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기소와 수사를 분리할 수 있다는 발상부터가 문제다. 민주당 안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는 “다른 법률과 체계 정합성을 해치지 않는 법안을 진짜 저 기한 안에 만들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차라리 수사권은 전부 폐지하더라도 검사의 수사요구에 경찰이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미국식 사법통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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