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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지만은 렌던과는 사정이 다르다"
앤서니 렌던은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 맞대결에 3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선발로 나선 레이드 디트머스가 집중 조명을 받았어야 했다. 디트머스는 메이저리그 11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9이닝 동안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기록이자, 에인절스 구단 역대 12번째, 생애 첫 노히트 노런의 위업을 썼다.
그러나 디트머스만큼 주목을 받은 이가 있었다. 바로 렌던이었다. 탬파베이는 승기가 확실히 기울어진 경기에서는 투수 소모를 줄이기 위해 종종 야수를 등판시키곤 한다. 그리고 이날 8회에 외야수 브렛 필립스를 등판시켰다. 이때 렌던이 오른쪽 타석이 아닌 왼쪽 타석에 들어섰다.
렌던은 필립스의 54.2마일(약 87.2km)의 2구째를 걷어 올렸고,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에인절스는 렌던의 안타로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다. 팬들은 렌던이 왼쪽 타석에서 안타도 아닌 홈런을 친 것에 환호했고, 현지 언론과 미디어도 렌던의 기행(?)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홀로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인 만큼 답답함에도 나온 행동일 수 있다. 그리고 스위치히터로서의 준비를 하던 중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1053경기, 4528타석을 들어서는 동안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상대 팀이 패배를 인정한 상황에서 했어야 했을까.
해당 타석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렌던이 에인절스의 주전 3루수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 정도로 입지가 탄탄한 선수다. '팬 서비스' 차원이라면 최고였다. 하지만 야구 '불문율'을 고려했다면, 렌던의 행동은 '기만'에 가까웠다.
일본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우네 나츠키는 최지만(탬파베이)와 렌던의 행동을 비교했다. 최지만은 실제로 스위치히터로서의 변신을 준비했었기 때문. 최지만은 지난 2020년 7월 우타석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 앤서니 캐이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최지만은 좌타자로 타석에 집중하기로 했고, 2021시즌부터는 줄곧 왼쪽 타석에만 들어섰다.
우네 나츠키는 "무엇보다 최지만의 경우에는 렌던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좌투수에게 약한 최지만은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해 스위치히터가 되려고 2020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훈련을 했다"고 지적했다.
조 매든 감독도 렌던의 행동에 신경이 쓰였던 모양새다. 'MLB.com'에 따르면 매든 감독은 "영화 같은 경기였다. 야구에는 이러한 것이 필요하다. 팬들의 함성이 증명한다"면서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재밌는 장면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탬파베이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누군가가 두 가지 방식으로 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흥미진진한 방법으로 경기를 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에인절스 팬들은 그들이 보고 있는 것에 감사하기를 바란다"며 렌던의 행동을 비난하는 듯한 글을 적었다. 하지만 탬파베이 구단은 곧바로 브렛 필립스에 대한 이야기라며 교묘하게 논란을 피해 갔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하지만 렌던의 행동은 최고의 팬 서비스가 될 수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12일 경기에서 렌던에게 빈볼이 날아든다면,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던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LA 에인절스 앤서니 렌던,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사진 = AFPBBNEWS]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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