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SV 사나이의 자존심과 책임감…삼성 팬들은 여전히 '끝판왕' 시대에 산다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나도 말릴 수 없었다."

삼성 '끝판왕' 오승환(40)은 올 시즌에도 돌직구를 던진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3km다. 2021시즌 145.7km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러나 나이를 감안할 때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뿌린다는 평가다.

전성기에는 엄청난 회전수를 바탕으로 소위 말하는 '볼 끝'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돌직구의 '돌'은 그런 의미다.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하고 돌아온 끝판왕. 한국야구 역대 최고 마무리를 예약한 오승환에게 평가가 무의미하다.

그런 오승환은 8일 부산 롯데전서 무려 2⅓이닝 동안 44구를 던졌다. 1이닝에 15개 내외의 공을 던지는 마무리투수가 왜 이렇게 많이 던졌을까. 시즌 첫 블론세이브와 첫 구원승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2-1로 앞선 9회말에 1실점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이미 32구를 소화했다. 당연히 연장 10회말 시작과 함께 교체되는 게 수순이었다. 평소보다 커맨드가 좋지 않은 건 분명했다. 하지만,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의 연장 10회말 등판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허 감독의 등판지시가 아닌, 오승환의 자발적 결정이었다. 오재일이 연장 10회초에 균형을 깨는 투런포를 쳤고, 10회말만 마무리하면 5연승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허삼영 감독은 "9회 이후 이미 본인이 1이닝 이상 던지는 것으로 준비한 듯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전되는 순간 본인이 나가더라. 나도 말릴 수 없었다. 그건 선수의 프라이드였다. 나도 그걸 존중해줬다"라고 했다. 허 감독은 당연히 10회말에 다른 불펜투수를 준비시켰지만, 오승환의 결심을 막지 않았다.

실제 오승환은 9회와 달리 10회말에 눈에 띄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12개의 공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 대가가 구원승이었다. 비록 오승환이 밥 먹듯 따내는 세이브는 아니었지만, 팀 승리를 직접 완성했다는 점에서 오승환다웠던, 제 몫을 한 경기였다.

그만큼 오승환의 책임감이 남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세이브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팀의 박빙 승부를 본인의 팔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신념, 팀 퍼스트 마인드가 굳건하다는 의미다. 프로라면 당연한 마인드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9회에 흔들리며 블론세이브까지 범한 마무리투수가 10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히 남달랐다. 사실상 오승환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투수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승환은 나이를 먹으면서 스피드가 떨어졌고, 예전만큼 난공불락은 아니다. 그래도 오승환은 오승환이다. KBO리그 10개 구단 불펜투수 통틀어 오승환만한 관록을 지닌 선수는 없다. 삼성 뿐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 불펜투수로부터 '리스펙트' 받는 레전드이며, 불펜투수도 프로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존재다.

11일 대구 SSG전서는 동점이던 10회에 등판,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올 시즌 13경기서 2승7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14. 아주 빼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절대 무시할만한 스탯이 아니다. 통산 346세이브로 현역, 은퇴선수 통틀어 1위. 삼성 팬들은 여전히 '끝판왕'의 시대에 산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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