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3세 베테랑 외면했던 사령탑이 "내 실수다" 후회한 이유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내 실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자신의 오판을 인정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내 실수다"라는 말까지 하면서 인정한 것일까.

한화는 지금 외국인투수 듀오가 나란히 부상으로 공백을 보이고 있어 김민우, 윤대경, 박윤철, 남지민, 그리고 장민재가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사실 장민재는 올해 선발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던 선수였다.

그러나 장민재는 지난달 22일 대전 SSG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에 나선 이후로 선발로 나온 4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나름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10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수베로 감독은 "장민재가 올해도 작년에 좋았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해 후반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다. 내가 간과했던 부분이다. 일찍부터 장민재와 함께하지 못한 것은 내 실수였다"라고 인정하면서 "장민재는 커맨드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볼넷도 타자를 피하다가 허용한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커맨드를 가져가다보니까 스트라이크로 불릴 만한 공도 볼로 선언되는 경우가 있었다. 스스로 위기 탈출이 가능한 투수이고 스플리터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투수다"라고 칭찬했다.

올해로 33세인 그는 팀에서 베테랑에 속한다. 투수진에서는 정우람, 신정락, 장시환에 이어 네 번째로 최고참이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다. "10년 넘게 했던 운동법을 과감하게 확 바꿨다. 그동안 많이 던지고, 많이 뛰는 것을 위주로 했는데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운동량을 줄였다"는 장민재는 "이젠 운동량을 줄여라. 마운드에 나가서 힘을 쏟아 부어라"는 이지풍 트레이닝 수석코치의 말을 새겨듣고 변신을 감행할 수 있었다. 효과는 분명하다. "확실히 몸에 힘이 있다. 지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크다"는 것이 장민재의 말이다.

수베로 감독이 장민재의 커맨드를 칭찬했듯 장민재는 대부분 투구가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형성되면서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나같은 투수는 그렇게 던져야 살아남는다. 150km가 넘어도 위압감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 정확하게 던져야 타자도 정확히 못 친다는 생각으로 던진다"는 장민재는 "예전에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잘 던져야 통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화는 외국인투수 듀오의 복귀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들이 돌아와도 장민재의 선발 자리는 끄떡 없을 것 같다. 지금처럼 좋은 내용의 피칭을 이어 간다면 말이다.

[한화 선발투수 장민재가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