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결실, KIA에 153km 선발투수가 생겼다 "어이없는 볼이 없잖아요"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부상만 없으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겁니다"

김종국 KIA 감독은 확신했다. 올해 KIA의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52로 활약하고 있는 한승혁(29)이 부상만 찾아오지 않는다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것을.

한승혁은 그동안 '만년 기대주'였다. 2011년 KIA에 입단해 올해로 벌써 프로 12년차를 맞았는데 그동안 이렇다할 활약은 없었다. 157km까지 나오는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으나 정작 마운드에 서면 얻어 맞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난 해 9월 군 복무를 마치고 KIA로 돌아와 승리는 없었지만 3패 평균자책점 4.53을 기록하면서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었다. 23⅔이닝 동안 피홈런이 1개도 없었다는 점은 고무적. 무엇보다 1군 무대에서 자신감을 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올해는 임기영의 부상으로 개막부터 선발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꿰찬 한승혁은 시즌 세 번째 등판이었던 4월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7이닝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쾌투하고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려 1292일 만에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맛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가 7이닝을 던진 자체도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한승혁은 이날 경기를 기점으로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 행진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등판이었던 12일 광주 KT전에서는 박병호에게 3점포를 맞기는 했지만 6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4실점(3자책)을 남기고 선발투수로서 임무를 다했다. 최고 구속이 153km까지 나오면서도 이닝을 끌고 가는 능력을 보여줬다. 패스트볼도 포심만 고집하지 않고 투심을 섞어 던지는 것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당연히 사령탑도 흡족할 수밖에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한승혁의 투구에 엄청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1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한승혁의 호투 행진에 대해 "기대 이상이다"라면서 "어이 없는 볼을 투구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안정적으로 던지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공의 위력 자체가 워낙 좋기 때문에 큰 부상만 없으면 꾸준하게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자기 만의 투구 철학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김종국 감독. "한승혁은 정말 부상만 없으면 올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또 한번 말하는 김종국 감독의 말에서 한승혁을 향한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게 한다.

KIA는 외국인투수 로니 윌리엄스의 공백 속에서도 현재 순서상 양현종~션 놀린~임기영~이의리~한승혁으로 이어지는 선발투수진을 앞세워 최근 9경기에서 8승 1패로 놀라운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팀이 8승 1패로 선전하는 동안 한승혁은 2경기에 나와 모두 호투했고 KIA는 모두 2승을 챙겼다. '만년 기대주'가 이제는 투수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위상이 달라졌다. 입단한지 무려 11년 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

[한승혁.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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