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트레이드 이제 그만…"LG 팬들 갈증 풀겠다" 가슴 웅장해지는 약속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팬들께서 우타 거포에 대한 갈증이 많다고 하셨는데 제가 그 갈증을 풀어드리겠다"

이틀 동안 홈런 3개를 몰아쳤다. 그것도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에서. 거포에 대한 갈증이 유난히 큰 LG 팬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LG의 '잠실 빅보이' 이재원(23)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리며 2만 3097명의 관중 앞에서 자신의 '거포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앞서 14일 잠실 KIA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쳤던 이재원은 여세를 몰아 멀티홈런까지 작렬했다.

이재원은 경기 후 LG 구단에서 진행한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팬들께서 우타 거포에 대한 갈증이 많다고 하셨는데 제가 그 갈증을 풀어드리겠다"라고 말해 LG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LG는 전신인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단 한 명의 홈런왕도 배출하지 못했다. 물론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여파도 있지만 같은 홈 구장을 쓰는 '옆집' 두산은 1995년 김상호, 1998년 타이론 우즈, 2018년 김재환 등 잠실 홈런왕만 3명을 배출했으니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또한 그간 LG가 놓쳤던 거포 타자들의 면면을 보면 가슴이 미어질 정도다. LG가 2009년 김상현을 KIA로 트레이드하자마자 김상현은 홈런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까지 거머쥐면서 일약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타자로 우뚝 섰다. 2011년 넥센(현 키움)과의 트레이드로 보낸 박병호는 2012~2015년 4년 연속 홈런왕을 비롯해 홈런왕 타이틀만 5개를 가져갔고 2015년 SK(현 SSG)로 트레이드한 정의윤도 이듬해인 2016년 27홈런을 터뜨리면서 LG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지난 해에는 두산과 거래하면서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한 양석환이 홈런 28개를 폭발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LG는 트레이드로만 거포를 놓친 것이 아니었다. 2015시즌을 앞두고 FA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경수는 '수원 거포'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LG에서 12년 동안 고작 42홈런을 쳤던 박경수는 KT 이적 후 115홈런을 때리면서 통산 157홈런으로 역대 2루수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가 됐다. LG에서는 홈런 2개를 친 것이 전부였던 최승준도 2016년 정상호의 FA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자마자 홈런 19방을 쏘아 올렸다.

가뜩이나 LG는 거포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도 속상한데 거포 유망주 소리를 듣던 선수들이 LG만 떠나면 하나 같이 잠재력을 폭발했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지 짐작도 안 된다. 그런 가운데 이재원이 "갈증을 풀어드리겠다"라고 하니 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거포 트레이드는 '이제 그만'이다.

퓨처스리그 홈런왕 출신인 이재원은 올해 김현수-박해민-홍창기로 짜여진 외야진에 지명타자는 '로테이션화'하려는 팀의 계획에 따라 주전 자리를 꿰차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찾아온 기회가 정말 소중하고 간절하다. 단 이틀 만에 팀 홈런 3위로 올라선 이재원은 앞으로 라인업에 자주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진짜 거포'가 되기 위한 시간은 이제부터다.

[LG 이재원이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4회말 1사 1.2루서 3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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