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 선수 계산돼 있다"고 하더니…다잡은 경기 놓친 SSG의 투수 운용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자신감이었을까, 자만이었을까. SSG 랜더스가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SSG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9-9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원형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마무리' 김택형의 이탈 소식을 전했다. 김원형 감독은 "김택형은 전완근 쪽에 미세한 손상이 있다. 이번주 금요일에 재검진을 받기로 했다. 재검을 받아본 뒤 결과에 따라 추후 일정이 잡힐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택형은 올 시즌 21경기에 등판해 1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이탈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김원형 감독은 "이번 주까지는 마무리 투수를 정해두기보다는 집단 마무리 체재로 할 것이다. 만약 이탈이 길어진다면 불펜 자원 중 한 명을 마무리로 기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7일 1군의 부름을 받은 김태훈의 등판 상황에 대해서는 "이기는 경기에서는 (김)택형이가 빠졌어도, 나갈 선수들이 계산이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주 두 차례 역전패를 당했던 것과 같이 또다시 이기는 상황에서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지 못했다.

SSG는 1회부터 두산 선발 이영하가 제구에 난조를 겪는 틈을 타 3점을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1회말 곧바로 1점을 헌납했으나, 2회 이영하를 끌어내림과 동시에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5점을 추가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SSG가 무난히 승리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경기 중반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SSG는 선발 이반 노바가 5회 1실점을 기록, 6회말 급격하게 흔들렸다. 노바는 김재환에게 안타, 박유연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는 등 1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SSG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고효준을 투입했지만, 카드는 적중하지 않았다.

1사 2, 3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고효준은 첫 타자 정수빈의 아웃카운트로 한 점을 맞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2사 3루에서 대타 김민혁에게 적시타를 허용, 8-5로 턱 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분위기를 내줄 뻔했던 SSG는 7회초 다시 한 점을 만회하며 4점 차 간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참사는 8회에 발생했다.

필승조를 아끼고 승리를 손에 넣고 싶었기 때문일까. SSG는 8회말 올 시즌 2경기 등판에 불과한 한두솔을 투입했다. 한두솔은 등판과 동시에게 페르난데스에게 안타, 대타 홍성호에게 볼넷을 헌납했다. 그리고 SSG는 '고졸 신인' 윤태현을 급하게 올려 보냈다. 역시 루키에게 '하이 레버리지' 상황은 버거웠다. 윤태현은 김민혁에게 안타를 맞은 뒤 무사 만루에서 보크, 안권수에게 적시타를 맞아 허무하게 2실점을 기록했다.

9-7까지 추격을 당하며 위기감을 느낀 SSG는 김태훈을 등판시켰다. 하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김태훈은 조수행의 아웃카운트로 1점을 맞바꿨으나 강승호와 김재환에게 연거푸 볼넷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SSG는 1사 만루에서 최후의 보루인 서진용을 기용했다. 그러나 이미 넘어간 분위기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서진용은 첫 타자 김재호에게 동점 희생플라이를 허용, 양 팀의 경기는 9-9가 됐다.

지난주 SS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9.00으로 리그 10위였다. 불펜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생각했다면, 더욱 철저하게 승리를 지켰어야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들어 맞은 경기였다. 결국 SSG는 4시간 50분의 연장전 접전 속에서도 리드를 되찾지 못했고, 다잡았던 경기를 허무하게 놓치고 말았다.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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