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혈투'의 여파? 참 낯선 두산 수비, 제대로 얼빠졌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엄청난 혈투를 펼친 주중 3연전의 여파 때문일까. 두산 베어스 야수들의 집중력이 매우 아쉬웠다.

두산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4차전 홈 맞대결에서 0-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지난 주말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두산은 지난 17일 잠실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시즌 4차전 맞대결에서 1-8로 뒤지던 경기를 연장전 12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9-9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18일에도 12회 연장 승부를 펼쳤고, 2-5로 패했다. 18일 경기는 특히 충격이 컸다. 무승부로 마칠 수 있었던 경기였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18일 2-2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조수행이 SSG 장지훈을 상대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뜨렸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나왔다면,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만루에서 안타가 터졌던 만큼 주자들이 다음 베이스의 점유가 필수적이었다. 3루 주자 김재호는 홈을 파고들었지만, 1루 주자 안재석과 2루 주자 정수빈은 자신의 다음 베이스를 점유하지 않고, 중간에 멈춰 섰다. SSG 유격수 박성한은 2-3루 사이에 멈춰 선 정수빈을 '태그아웃'으로 잡아낸 뒤 1루 주자 안재석은 '포스아웃'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본헤드 플레이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쳤지만, 주자들의 실수로 좌익수 앞 땅볼에 머무른 조수행이 케빈 크론의 타구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했다. 크론의 타구가 끝내기 안타라고 착각, 후속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 이때 SSG는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고, 크론도 3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결국 두산은 2-5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주중에 치열한 경기를 치렀던 여파 때문일까. 두산 선수들은 20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경기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0-3으로 뒤진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전준우가 포수 앞 땅볼을 쳤다. 이때 박세혁의 송구를 1루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받아내지 못하면서 실책으로 주자의 출루를 허용했다.

실수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이어지는 1사 1루에서 DJ 피터스가 친 타구가 우측 담장 앞까지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때려냈다. 이때 우익수 안권수가 아웃카운트를 착각했던 것인지 중계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이 틈에 1루 주자 전준우는 2루 베이스를 밟았다. 안권수의 안일한 플레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두산 선발 로버트 스탁은 2사 2루 위기에서 이학주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4실점째를 마크했다.

올 시즌 두산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KBO리그 역대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을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탄탄한 수비'였던 팀이다. 최근 3년 동안 실책수는 항상 하위권(8~10위)을 유지할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올해 팀 실책은 30일 경기 전까지 40개로 리그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지금과 같은 아쉬운 수비가 이어진다면, 두산만의 힘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두산은 롯데 선발 나균안에게 꽁꽁 묶이는 등 결국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고, 0-4로 패했다. 그리고 5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두산 베어스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