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옳았네! 두 가지 선택, 나균안의 '야구 인생'을 바꿨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모든 것이 결과론이다. 결과물이 좋으면 과정 또한 재조명을 받고 빛을 보게 된다. 나균안을 향한 롯데 자이언츠의 두 가지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나균안은 지난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정확성은 조금 떨어져도 제대로 걸리면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와 긴 시간 동안 포수로서 경험을 쌓은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민호의 뒤를 잇는 뛰어난 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상황도 좋았다.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빠르게 찾아왔다. 2017시즌이 끝난 뒤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면서 나균안이 사직의 안방을 지키기 시작했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준비가 덜 됐던 것일까. 나균안은 포수로 216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타율 0.123 OPS 0.37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나균안의 재능을 썩힐 수 없었던 롯데는 '강한 어깨'의 장점이라도 살리기 위해 투수로 포지션 전향을 권유했다. 최초에는 포수와 투수를 겸업했지만, 투수에 재능을 보이면서 완전히 포지션에 변화를 가져갔다. 나균안의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나균안은 지난해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3경기(46⅓이닝)에 등판해 1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올해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해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첫 승을 손에 넣는 등 12경기에 출전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42로 잠재력에 꽃을 피웠다. 나균안에게 투수로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던 롯데의 선택이 제대로 적중했다.

돌이켜 보면 두 번째 선택도 제대로 적중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지난해 9월 28일 나균안의 '시즌 아웃' 소식을 전했다. 좋지 않은 의미의 시즌 아웃이 아니었다. 투수 경험이 많지 않은 나균안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일찍부터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나균안은 시즌을 일찍 마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관리의 효과는 올 시즌에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나균안은 일찍부터 관리를 받은 덕분에 구속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나균안은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최고 146km를 마크했다.

나균안도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구속에 대한 질문에 "지난 시즌을 일찍 끝내면서 잘 준비했던 것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포지션 전향과 조기에 시즌을 종료한 선택이 모두 맞아떨어진 셈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간다면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5~6개에 달하는 구종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것. 나균안은 올해 포심과 커터, 포크볼 구사에 많은 공을 들였고, 올 시즌 빛을 보고 있다. 특히 올 시즌 포크볼의 피안타율은 0.109에 불과하다. 31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41개의 탈삼진을 솎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지난해 46⅓이닝 동안 27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것과 완전히 대조된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여러 가지 선택을 통해 포수로 보지 못한 빛을 투수로 보고 있다. 당분간 나균안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예정이다. 앞으로 어떠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투수 나균안'으로 거듭났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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