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억원 사나이의 에이스 예찬…151억원 사나이는 1위 팀의 든든한 '비빌 언덕'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실점해도 흔들리거나 처지지 않는다."

SSG 김광현은 20일 인천 LG전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2회까지 무려 4실점했다. 1회에는 오지환에게 선제 스리런포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김광현은 김광현이었다. 7회까지 버텨내며 7피안타 3탈삼진 2볼넷 4실점으로 마무리했다.

SSG는 두산과의 주중 3연전서 불펜 소모가 매우 심했다. 김광현의 '이닝 이팅'이 절실했다. 김광현은 알고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대의 대응이 만만치 않아도 나름대로 버텨내며 팀에 공헌할 방법을.

SSG는 그날 8~9회에 1점씩 올리며 역전승을 따냈다. 결과적으로 김광현이 7회까지 버텨낸 게 반전의 씨앗이었다. 김광현은 올 시즌 내내 평균자책점과 탈삼진보다 자신의 승리, 그리고 SSG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SSG의 승리를 많이 이끌수록, 그리고 자신의 승수가 쌓일 수록 팀이 탄력을 받고 동료들의 사기가 오르는 걸 알고 있다. 승률 80%를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김광현은 올 시즌 8경기 중 6경기서 승리투수가 됐다. 자신의 승률은 75%지만, SSG는 김광현이 나선 8경기서 7승1무, 승률 100%(KBO리그 승률 계산 기준)다.

에이스가 자신의 약속을 지켜나가니, 동료들도 에이스에게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간판타자 최정은 "야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분위기를 잘 이끌어간다. 야수들도 편하다"라고 했다.

김광현의 투구 템포는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제구력이 좋고 타자들을 쉽게 상대하니 야수들의 수비집중력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를 2년 경험한 뒤 패스트볼+슬라이더 투 피치에서 패스트볼+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 포 피치로 거듭났다. 체인지업과 커브의 품질이 확연히 향상됐다. 타자들이 김광현을 상대하기 더 어려워진 이유다. 야수들은 자연스럽게 수비를 짧게 끝낸다. 야수들이 수비할 때 에너지를 비축하면, 자연스럽게 타격할 때 좋은 영향을 미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김광현 효과다.

최정은 "템포가 빠르니 야수들이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집중할 수 있다. 경기가 처지지 않는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제스처가 많고 생각이 많은 듯한 모습이면 야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광현이는 흔들려도 자신의 페이스를 그대로 이어간다"라고 했다.

20일 LG전이 그런 경기였다. 최정은 "실점해도 흔들리지 않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갔다. 실점했지만 못 던진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예전부터 좋았지만, 기본적으로 컨트롤이 너무 좋다. 여전하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시즌 초반 "내가 등판할 때 팀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팀원들이 그걸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미 SSG 동료들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SSG에 김광현발 시너지는 엄청나며, 1위 질주의 가장 큰 동력이다. 김광현 없는 지난 2년간 SSG 마운드가 어땠는지 상상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김광현(위), 김광현과 최정(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