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따뜻한 힐링+먹먹한 여운 선사하며 종영

[마이데일리 = 정지현 기자] MBC 금토드라마 '내일'(극본 박란 박자경 김유진 연출 김태윤 성치욱)이 21일 16회를 끝으로 뜨거운 관심 속에 종영했다.

21일 방송된 '내일' 16회에 담긴 '인연' 에피소드에서는 련(김희선)이 전생에 깊은 인연이었던 연예인 류초희(김시은)가 목숨 경각 위기에 처하자 폭주하기 시작한 가운데, 준웅(로운)은 중길(이수혁)에게 지옥으로 체포될 위기에 놓인 련을 도와 달라고 청해 관심을 모았다. 이에 뒤늦게 련과 전생에 부부관계였음을 알게 된 중길은 련이 체포되지 않게 도왔고, 덕분에 위관즈 련, 준웅, 륭구(윤지온)는 무사히 초희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련은 중길과의 해묵은 감정을 푼 데 이어, 위관팀의 역할은 관리대상자들에게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결국 자신뿐'인걸 깨닫게 해주는 것임을 다시금 인지하고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한편 준웅은 초희를 살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저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은 채 이승으로 돌아왔다. 이에 엔딩에서는 이승에 돌아와서도 따뜻한 오지랖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을 살리는 준웅과, 그런 준웅이 기특한 듯 흐뭇하게 미소 짓는 련, 중길, 륭구의 모습이 담기며 여운을 선사했다.

이처럼 '내일'은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현실적인 사연들과,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사자들의 활약을 담아내며 따뜻한 힐링과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에 지난 봄 시청자들을 웃고 울고 먹먹하게 만들었던 '내일'이 남긴 의미 있는 성과를 정리해본다.

▲ 김희선·로운·이수혁·윤지온, 그리고 김해숙까지…모두가 빛났다

'내일'에서 김희선, 로운, 이수혁, 윤지온, 그리고 김해숙까지 모두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김희선은 위기관리팀장 '구련' 역을 맡아 23번째 재발견임을 몸소 입증했다. 핑크 단발 헤어스타일과 붉은 아이섀도를 장착한 웹찢 비주얼로 시선을 강탈한 김희선은 자신처럼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을 살리는 과정 속에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캐릭터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눈빛, 표정, 목소리 등의 변주로 섬세하게 담아내며 압도적인 몰입도를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로운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열혈 청춘에서 점차 성장해가는 계약직 사원 '최준웅'으로 분해, 극단적 선택을 앞둔 이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위로하고자 하는 캐릭터의 감정을 크고 깊은 눈망울에 고스란히 남아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이수혁은 인도관리팀장 '박중길' 역을 맡아 냉혈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극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물론, 스윗하고 애틋한 남편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수혁은 특유의 깊은 눈빛과 동굴 보이스로 저승사자 박중길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키며 보는 이들을 더욱 빠져들게 했다. 또한 위기관리팀 대리 '임륭구'로 분한 윤지온은 쿨한 포커페이스와 안정적인 발성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데 이어, 모친의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알게 된 순간, 모친과의 생사를 넘어선 극적인 재회 순간 등에서는 밀도 높은 감정 열연을 보여주며 시청들의 뇌리에 존재감을 완벽히 각인시켰다.

그리고 김해숙은 주마등의 회장 '옥황'으로 분해 관록의 연기력으로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 준 한편, 주마등의 사원들은 물론 저승을 찾은 모든 이들을 보듬는 따스한 리더의 면모로 여운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윤유선(준웅母 정임 역), 김서연(준웅 동생 민영 역), 갈소원(련 아역), 박상훈(중길 아역) 등 조연들부터, 각 에피소드의 주역들까지 모든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녹아 든 열연으로 극을 풍성하게 채우며 보는 재미를 높였다.

▲ 극단적 선택으로 몰린 사람의 '내일'을 생각하는 깊이 있는 시선

'내일'은 죽은 자들을 인도하는 것이 아닌,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사자들을 등장시켜 흥미를 자극했다. 특히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내일'과 삶의 의미를 되찾아 주기위해 나선 위기관리팀이 관리대상자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담아내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더욱 따뜻한 관심의 눈으로 쳐다보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죽고 싶은 사람들의 사연이 풀어지고 다시금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들의 모습이 담기며 감동과 공감, 훈훈한 온기를 전했다.

▲ 학교 폭력→환향녀, 현실 문제에서 과거 아픔 짊어진 국가+개인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

'내일'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조명하는 것은 물론, 과거의 아픔을 짊어진 국가와 개인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을 하게 만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자, 장기 공시생, 외모 트라우마로 식이 장애를 앓게 된 거식증 환자, 성폭행 피해자 가족, 죽음을 앞둔 노견, 뱃속 아이를 잃은 엄마 등 내가, 혹은 주위의 누군가가 겪었을 법한 현실적인 아픔을 담은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또한 각자의 아픔을 품은 이들이 '내일'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생사도 뒤바꿀 수 있는 말 한마디의 힘,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 등에 대해 상기시키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내일'은 한국전쟁 국가유공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환향녀라며 억울한 비난을 당했던 여인들의 사연 등을 담아내 결코 잊지 말아야할 역사를 되새기게 만들며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오늘날이 있기까지 국가와 개개인이 겪었던 아픔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게 만들며 묵직한 여운을 안겼다.

'내일'은 '죽은 자'를 인도하던 저승사자들이, 이제 '죽고 싶은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 오피스 휴먼 판타지. 지난 21일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정지현 기자 windfa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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