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스타일?'-'난 오빠 스타일~'...여자부 '초짜 감독'의 '극과 극 훈련법'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1955년생으로 우리나이로 68세이다.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1980년생이다. 두 감독의 나이 차는 25살이다.

거의 아들 뻘이지만 두 사령탑은 공통점(?)이 있다. 여자배구 감독을 처음으로 맡아본 것이다. 물론 김호철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사령탑에 올랐고, 고희진 감독은 비시즌 동안에 갑작스럽게(?),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감독으로 선임됐다. 배구팬들은 의아해했다.

현대캐피탈 등에서 사령탑을 지낸 김호철 감독과 삼성화재에서만 3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고희진 감독을 비교한다는 것은 김호철 감독에 대한 결례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팬입장에서나 그렇다.

감독입장에서는 똑같다. 감독의 평가는 연륜이 아니라 우승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김호철 감독과 고희진 감독은 여자배구를 맡아 처음으로 '에어컨 리그'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스타일은 판이하다. 좀 다른 정도가 아니고 극과 극일 정도이다.

우선 김호철 감독은 여자팀들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바로 체력적인 부분이다. 이미 마이데일리에서 두 번이나 이야기했었다. 명지대 운동장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는 것도, 경기도 용인 수지의 광교산 산악 구보를 하는 이유도 결국은 체력을 보강해서 한 시즌을 오롯이 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이다.

남자팀 현대캐피탈을 지휘할 때 김호철 감독은 정말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 훈련을 강조했다. 프로에서 첫 우승을 한 후 제주도 서귀포로 우승 축하 여행을 떠났을 때도 새벽에 한라산 중산간 도로를 뛰었을 정도였다.

물론 김호철 감독은 지금은 여자팀이어서 좀 쉬엄쉬엄하고 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여자팀의 특성이기에 거기에 맞춰서 훈련량을 조절한다.

달리기와 산악구보로 체력을 보강하는 것은 김감독 나름대로의‘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남자 팀 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여전히 예전의 고된 훈련을 통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아빠 스타일'이다. '라떼 시절'의 부모님 같은 마음이다.

여기에 비해 고희진 감독은 전적으로 여자팀의 특성에 맞춰 가는 '오빠 스타일'인 듯 하다. 여러번 훈련 스타일을 물었을 때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선임 때부터 구설을 많이 당한 탓에 조심하는 것도 있지만 선수들과의 호흡을 중시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여자배구 팀을 처음 맡았는데 어떤 것이 남자팀과 다르냐는 질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분명 느끼고 있겠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KGC팬들 입장에서는 고희진 감독의 캐릭터가 팬들에게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고희진 감독은 “다가오는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고희진 감독은 KGC인삼공사 감독을 맡은 후 삼성화재때와는 달리 ‘내강외유’스타일로 변모한 듯 하다.

선수들과 상견례를 한 지 한달이 되었지만 아직 강훈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중시하는 듯 하다. 아직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보니 김호철 감독과 고희진 감독은 극대극의 스타일 같다.

지난 시즌 4위를 차지한 KGC 사령탑에 오른 고희진 감독과 위기의 IBK팀을 맡아 5위로 시즌을 마감한 김호철 감독. 제대로 된 여자팀 첫 해의 성적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 궁금해진다.

[산악구보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체력 운동을 하고 있는 김호철 IBK감독, 실내에서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 사진=곽경훈 기자, 유진형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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