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리드오프 고민 끝…2년만에 결실 맺은 트레이드, 슈퍼 유틸리티는 없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더 이상 슈퍼 유틸리티는 없다.

2022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KIA 내야에 류지혁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김종국 감독이 슈퍼루키 김도영에게 의도적으로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거포가 부족한 팀 사정상 황대인을 풀타임 1루수로 기용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여기에 박찬호의 타격 상승세가 엄청났다.

도저히 류지혁이 내야 한 자리를 꿰찰 틈이 보이지 않았다. 실제 4월 한달간 백업이었다. 그런데 간간이 출전하는 경기마다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대타로 등장해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날렸고, 안정적인 3루 수비를 과시했다.

결국 박찬호가 4월 말 부상으로 빠지고 김도영이 유격수로 이동하면서 주전 3루수를 꿰찼다. 그런데 박찬호가 5월 초에 돌아오자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을 3루가 아닌 벤치로 보내면서 류지혁을 그대로 주전 3루수로 기용했다.

이 디시전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류지혁은 5월 19경기서 타율 0.317 1홈런 10타점 12득점했다. 4월 0.339보다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사사구로 출루하는 비중은 훨씬 높아졌다. 4월 66타석에서 볼넷 4개였지만, 5월 75타석에서 볼넷 11개, 사구 2개다. 삼진은 지난달 13개서 이번달 12개다. 4월 출루율 0.379에서 5월 출루율은 0.407.

이러니 15일 잠실 LG전부터 꾸준히 리드오프를 맡는다. 김종국 감독은 그날 전까지 류지혁과 박찬호, 김도영을 번갈아 리드오프로 기용했다. 결과적으로 류지혁을 통해 KIA의 리드오프 고민은 사라졌다. 25일 대구 삼성전서도 2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최원준이 군 입대하면서 누군가 두 시즌 공백을 메워야 한다. 김도영이 주전 유격수와 리드오프를 동시에 꿰차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김도영의 주전 등극이 실패로 돌아간 뒤 리드오프는 큰 고민이었다. 박찬호의 타격이 좋아진 건 맞지만 리드오프를 맡기에 아직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류지혁이 KIA의 구조적 고민을 해결해줬다. KIA 내부적으로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자칫하면 팀 전력에서도 빠질 수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류지혁은 준비된 주전 리드오프였다. 수비도 꽤 안정적이다.

류지혁은 2012년 4라운드 36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두산에서 보낸 7시즌 내내 백업, 내야 유틸리티 요원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백업으로 남기에는 아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태형 감독도 공수에서 센스가 남다르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2년 전 6월이었다. 두산이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홍건희 영입을 원했다. 당시만 해도 홍건희가 아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전임 감독이 홍건희에게 선발투수로 많은 기회를 주기도 했다. 반면 류지혁은 실링은 인정 받았지만, 변함 없는 백업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면서 윈-윈 트레이드로 재조명할 만하다. 홍건희도 지난 2년간 두산 불펜에서 쏠쏠한 역할을 했다. 올 시즌에는 21경기서 1승2패9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으로 주춤하지만, 나쁜 성적은 아니다. 류지혁은 마침내 백업 꼬리표를 떼고 당당한 주전 3루수 및 리드오프로 거듭났다.

어쩌면 류지혁은 최원준 공백을 메우는 걸 넘어 이범호 타격코치 이후 제대로 발굴하지 못한 타이거즈 간판 3루수 계보를 이어가는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류지혁은 1994년생, 만 28세의 군필 내야수다.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류지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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