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뛰는 베테랑 속 빛난 신예…'이공삼칠', 홍예지의 발견 [마데핫리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눈여겨볼 만한 신예가 등장했다. 엠넷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듀스48' 출신 신인 배우 홍예지가 첫 영화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수십 년 차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호연을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모홍진 감독이 연출한 '이공삼칠'은 갑작스레 교도소에 수감되어 이름 대신 죄수번호 '2037'로 불리게 된 열아홉 윤영(홍예지)과 10호실 여성 재소자들의 연대를 다룬 영화다. 주인공 윤영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윤영을 둘러싼 주변인의 서사까지 두루 다루며 깊이감을 더한다.

윤영은 청각 장애를 가진 엄마 경숙(김지영)과 단둘이 살며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보다 하루빨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픈 바람이 더 크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집으로 향하던 윤영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엄마의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하지만 윤영은 뒤돌아 자리를 떠나려는 그의 머리를 돌로 내리쳐 죽게 한 이유로 한순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다. '살인은 정당방위의 범주에 들 수 없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윤영은 같은 방을 쓰는 재소자들의 도움의 손길을 붙잡고 진실에 다가선다.

김미화, 황석정, 신은정, 전소민, 윤미경이 10호실 감방 동기 역으로 모였다. '이공삼칠'이 아니면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냔 생각이 들 만큼 다채로운 조합이다. 이 다섯 배우는 교사 출신 방장 어르신, 모범수, 전직 포주이자 만능 재주꾼 등 특색 있는 배역을 맡아 제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또 한데 뭉쳐 날고뛰었다. 윤영의 든든한 방패가 되었다가, 각자의 이야기로 돌아와서는 결 다른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주역 홍예지는 이에 뒤지지 않았다. 극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안정적인 호흡, 표정, 높낮이를 유지하면서 필요할 땐 감정을 확실하게 터뜨려줬다. 모녀지간으로 호흡한 김지영과의 수어 연기도 인상적이다. 신선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역시 어마어마했다. 앞으로 보여줄 홍예지의 걸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는 6월 8일 개봉. 상영시간 126분. 15세이상관람가.

[사진 = 영화사 륙, 씨네필운]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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