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억원 에이스의 패스트볼 미스터리…역대급 35세 행보, ML 경험이 이래서 무섭다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미국 가기 전의 모습과 지금이 다르다. 9경기, 역대급이지 않나?"

SSG '151억원 에이스' 김광현의 26일 인천 롯데전 투구내용을 보면 평소와 결정적인 차이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6이닝을 98구로 막아내는 동안 패스트볼을 단 18개만 던졌다는 점이다. 이닝 별로 따져봐도 2회 5개가 가장 많았다.

평소보다 변화구 비중이 높았다는 의미다. 슬라이더(36개)와 체인지업(30개)을 유독 많이 구사했고, 커브도 14개나 구사했다. 6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4볼넷 2실점으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좋은 투구였다.

김광현은 자기주도 볼배합을 한다. 포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적극적으로 사인도 내고 의견을 개진한다. 김광현 정도의 구위, 제구력, 경기운영능력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김광현 스스로 패스트볼의 컨디션이 별로라고 생각하고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김광현의 변화구 완성도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만 해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투구를 해왔다. 체인지업이나 커브를 던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김원형 감독은 "보여주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보내고 돌아온 뒤 체인지업과 커브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예전 같았다면 패스트볼이 안 좋을 때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러나 이젠 패스트볼이 좋지 않아도 완벽한 포 피치 투수이기 때문에 버텨낼 능력이 있다. 26일 롯데전서 그걸 보여줬다.

김원형 감독은 2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직구를 안 던져도 잘 던진다. 지금 9경기 성적이 역대급이지 않나. 발전된 모습이다. 최근 두 경기서 실점을 좀 하긴 했지만, 지금 김광현은 예전과는 경기운영이 달라졌다.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김 감독은 "미국 시절과 지금 커브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엔 보여주가식이었지만, 지금은 타격 하기 쉽지 않다. 완성도가 높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예년에 비해 패스트볼 구속이 살짝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체감 구위는 리그 최정상급이다. 여전한 슬라이더에 체인지업과 커브가 더해져 리그 최상위급 성적을 낸다. 9경기서 6승 평균자책점 1.40. 0점대 평균자책점은 신의 영역이고, 여전히 최상위급 레벨이다. 과거 그 어느 시즌보다도 완성도가 높은 투구를 한다. SSG 전력을 감안할 때 커리어하이를 다시 쓸 수도 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의 파워풀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제 20대는 아니다. 그러나 구속은 내년에 또 조금 올라올 수도 있다. 컨디션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2년간 뛰며 야디어 몰리나라는 최고 포수를 만나 야구 내, 외적 모두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 경험의 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SSG는 지난 2년간 김광현 없이 고전했다. 이제부터 그 2년을 제대로 보상 받을 태세다.

[김광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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