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조연이라던 송강호, '男주연상'을…나 참" 최초 '칸 2관왕' 감동 더한 우정 [여기는 칸](종합)

[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김나라 기자] '박쥐'(2009)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차지했던 영광의 주역들,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13년 만에 또 한 번 한국영화계에 대기록을 세웠다. 이번엔 칸에서 따로 또 같이, 트로피를 가져가며 한국영화 최초의 칸 2관왕 달성, 그리고 한국 배우 최초의 '남우주연상' 수상 기염을 토했다.

28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선 제75회 칸 국제영화제(2022) 폐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이들은 지난 2009년 '박쥐'로 협업했던 만큼, 서로의 수상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며 뭉클한 감동과 훈훈함을 더했다.

수상 직후, 각자의 트로피를 들고 사이좋게 칸영화제 프레스룸을 찾은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환호성을 내지르며 반기는 한국 취재진에게 송강호는 "참 남다른 감정이 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브로커'라는 영화로 상을 받았지만, 식구들과 다 같이 받은 느낌에 더 행복하다"라고 박찬욱 감독과의 수상에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했다.

그는 "수상자로 호명된 순간, 박찬욱 감독님이 뛰어오셔서 포옹해 주시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감독님의 눈빛을 보는데 너무 좋아하시고 순간적으로 그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의 수상에, 저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 뛰어가게 되더라"라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브로커'를 아직 못 봤지만, 워낙 호평이 많아서 송강호에게 '연기가 그렇게 좋다면서'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랬더니 송강호가 '저는 조연이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더라. 근데 남우주연상을 받고, 아 나 참"이라는 일화를 재치 있게 전달해 폭소를 유발했다.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과 재회를 기대해도 되겠느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그러자 그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박찬욱 감독의 팔을 붙잡으며 "'박쥐'한지 꽤 오래됐다. 벌써 13년 전이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시간만 주세요. 거절하지 말아달라"라고 너스레로 받아치며 유쾌한 케미를 뽐냈다.

또한 송강호는 '헤어질 결심'이 올해 칸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 평점을 기록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짚으며 높이 샀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평점을 잘 참고로 한다든지, 심사 기준으로 삼지는 않지만 수많은 평론가와 전문가가 그런 높은 평점을 매겼다는 건 유의미한 게 분명하다. 물론,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상을 수상했지만 높은 평점으로 '황금종려상'의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치켜세웠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은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가씨'에 이어 네 번째로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았고 '감독상'을 추가했다.

송강호 주연의 '브로커'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연출작이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담았다. 송강호는 2006년 '괴물'을 시작으로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기생충' '비상선언' 등으로 칸에 방문했으며 7번째 초청작인 '브로커'로 마침내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사진 = 칸(프랑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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