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가 시즌 도중에 퇴출 당한다고? 지금껏 이런 선수는 없었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난 해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선수가 올해 전반기도 마치기 전에 퇴출된다?

두산이 결단을 내린다. 두산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의 경기를 앞두고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33)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미란다는 지난 25일 잠실 KIA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으나 ⅔이닝 동안 4실점에 그치고 조기 강판을 당했다. 무엇보다 볼넷 6개와 사구 1개 등 사사구 7개를 허용하는 등 한 이닝 최다 사사구 신기록이라는 불명예까지 더하며 미란다가 작년의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미란다는 지난 해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던 선수다.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맹활약한 것은 물론 탈삼진 225개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하는 놀라운 투구를 펼쳤다.

두산이 미란다와 재계약을 맺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산은 미란다에게 총액 190만 달러(약 25억원)를 안기며 특급 대접을 했지만 미란다는 올 시즌 어깨 부상으로 인해 3경기에 등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평균자책점 8.22로 부진을 이어갔다.

미란다의 KIA전 등판은 마지막 기회나 다름 없었다. 이미 두산에서 새 외국인투수 물색 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미란다가 결국 복귀전에서도 부진한 만큼 두산도 더이상 미란다를 향한 인내심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외국인선수는 미란다를 포함해 역대 7명이 있었다. 1998년 타이론 우즈를 시작으로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15년 에릭 테임즈, 2016년 더스틴 니퍼트, 2019년 조쉬 린드블럼,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에 이어 지난 해 미란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MVP를 수상한 이듬해 시즌 도중에 퇴출을 당한 케이스는 없었다. 우즈는 2002년까지 두산에서 활약한 뒤 2003년 일본으로 진출했고 리오스도 이듬해인 2008년 일본 무대로 떠났다. 테임즈는 2016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는데 성공했고 니퍼트는 2018년까지 한국에서 뛴 뒤 커리어를 마감했다. 린드블럼 역시 2020년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로하스 주니어도 2021년부터 일본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다. 현재로선 미란다가 곧 불명예 기록의 1호로 남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두산 미란다가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왔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