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61구→벌써 899구…투수 전향 2년차, 나균안의 '노예화'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144경기 중 절반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작년 1군에서 던진 투구수를 이미 넘어섰다. 또 시즌 막바지 스스로 전력을 없애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는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서 4-9로 패했다. 중위권 도약을 앞두고 또다시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패배의 '과정'은 참담했다. 롯데는 4-2로 앞선 6회 선발 찰리 반즈를 강판, 나균안을 투입하는 것을 결정했다. 26일 경기 전까지 이번주에만 3번의 등판에서 4⅓이닝 동안 투구수 74구를 기록한 나균안은 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2실점(2자책)으로 무너졌다. 이후 롯데는 다시 리드를 되찾지 못했고, 역전패를 당했다.

나균안은 지난해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어떻게 보면 투수 경험이 전무한 나균안은 사실상 '2년차'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올해 나균안의 등판일지를 보면 안쓰럽다. 올해 21경기(4선발)에 등판해 무려 51⅓이닝을 던지는 중이다. 이미 지난해 1군 투구 이닝을 넘어섰다.

시즌 초반 선발 경쟁에서 밀려난 나균안은 주로 '롱 릴리프' 역할을 맡았다. 짧게 던지는 날도 있었지만,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날에는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선발진에서 이탈하는 선수가 생기면서 나균안은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김진욱이 1군에 복귀하면서 나균안은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선발을 준비했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불펜 투수가 있다는 것은 팀을 운용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든든'하다. 하지만 확실한 기준도 정도도 없다. 지난해 포지션 전향 '1년차'라는 이유로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일찍부터 '시즌 아웃'을 선언한 이유가 무색하다. 이렇게 나균안을 굴리기 위해서 일찍 휴식을 제공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래리 서튼 감독은 지난 24일 경기에 앞서 나균안의 투구 이닝에 대한 질문에 "아직 정확히 몇 이닝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지만, 범위가 있다. 퍼포먼스와 피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은 몸 상태가 좋고, 팀이 요구하는 모습을 마운드에서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서튼 감독은 나균안의 '루틴'에 대한 질문에는 '날선' 반응을 보였다. 선발과 불펜을 자주 오가면 선수 개인 입장에서는 '루틴'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선발과 불펜 투수들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다르기 때문. 하지만 서튼 감독은 "경기 초반에 등판할 수도, 중간에 등판할 수도 있지만, 루틴은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운드 운용을 비롯해 모든 것은 '결과론'이다. 하지만 유연하지 못한 투수 운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기는 경기에만 필승조가 투입되고, 지는 경기에는 패전 혹은 추격조만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판 간격과 불펜의 상황에 따라 선수 기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튼 감독은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야수 등판은 없다"고 못을 박았고, 25일 승기가 완전히 상대 팀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필승조'에 가까운 속한 김유영(⅔이닝 2실점)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2경기 연속 무실점(25일 당시)의 김도규까지 등판한 것 시발점이 돼 26일 경기에 투입할 투수가 제한됐다. 결국 '스노우볼'이 굴러간 셈.

나균안은 지난해 1군에서 던진 861구를 넘어 올해 899구를 던졌다. 나균안의 이닝과 투구수 제한의 범위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이라면 또 시즌 막바지에 '선수 보호'라는 명목 하에 전력을 스스로 잃는 일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운드 운용은 절대적인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준다. 확실한 것은 유연하지 못한 운용이 연일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래리 서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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