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찍은 파이어볼러…류현진 없는 WBC ‘김광현과 원투펀치’ 손색없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급기야 160km를 찍었다.

키움 파이어볼러 안우진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언젠가 할 것 같은 그 일을 끝내 해냈다.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 4-0으로 앞선 8회말 1사 1,3루 위기였다. 김현준에게 1S서 2구 패스트볼이 160km을 찍었다.

당시 97구째였다. 더구나 송신영 투수코치가 김현준 타석에 앞서 마운드를 한 차례 다녀갔다. 안우진도 직감했다. ‘이 타자가 마지막 타자일 수 있겠구나.’ 힘을 짜내 혼을 실어 투구하니 꿈의 160km가 나왔다.

각 구장 전광판의 스피드건이 조금씩 다르다. 투수의 공 스피드는 KBO로부터 공인받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안우진이 올 시즌 처음으로 160km을 찍은 건 확실하다. 또한, 키움 내부적으로는 안우진의 160km 돌파를 시간문제로 여겼다.

올 시즌 안우진은 사실상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에 도전한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페널티를 받은 기간이 있었다. 홍원기 감독은 고흥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안우진을 에이스로 지목했다. 안우진도 착실하게 몸을 만들며 시즌을 준비했다. 잔부상이 많던 과거의 안우진이 아니다.

여기에 키움은 6명의 선발투수가 있다. 이미 홍 감독으로부터 한 차례 휴가를 받으며 무더위에 체력안배까지 마친 상태다. 이러니 안우진이 160km을 찍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홍 감독은 안우진의 스피드보다 경기운영능력의 향상을 꾸준히 언급한다. 효율적인 구종선택과 투구수 관리로 더 많은 이닝으로 더 적은 점수를 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맞는 말이다. 안우진이 계속 연구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안우진은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이다. 그걸 감안할 때 올 시즌 안우진은 엄청나게 잘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160km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모두 커맨드와 제구가 향상됐다. 경기운영의 디테일이 부족해도 구위로 압도한다.

14경기서 8승4패 평균자책점 2.34, WHIP 1.09에 피안타율 0.207. 탈삼진 98개에 사사구 29개. 다승 3위, 평균자책점 4위, 탈삼진 2위, WHIP 9위, 최다이닝 10위(88.1이닝)다. 2차 스탯도 훌륭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WAR 2.61로 투수 8위, 조정평균자책점 166.2로 4위, 수비무관평균자책점은 2.27로 1위다. 여러모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야구는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나선다. 작년 도쿄올림픽 4위의 아픔을 씻어내야 한다. WBC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아닌 KBO가 직접 대표팀을 꾸린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에 의한 국가대표 영구 자격정지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 대회다.

올 시즌 KBO리그 토종 투수 넘버 원은 단연 김광현(SSG)이다. 명불허전이다. 여기에 고영표(KT), 양현종(KIA), 최원준(두산), 이태양(SSG) 등이 각종 세부스탯에서 최상위권이다. 다만, 국제무대서 타자를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면 안우진이 최적임자다.

최근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대표팀 합류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안우진이 후반기에도 전반기의 페이스, 임팩트를 유지하고 포스트시즌서 키움의 돌풍을 이끈다면 내년 WBC서 김광현의 원투펀치 파트너로 손색없다고 봐야 한다. 안우진에게 태극마크의 자격이 주어질까. WBC라면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 배제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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