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야만적 복수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 답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법무부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사형제 위헌소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법무부가 “유럽 여러 국가의 사형제 폐지는 국민 의식구조 변화 때문이라기 보단 경제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유럽연합(EU) 가입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국내 여론 또한 사형제 유지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며, 미국·일본 사례를 고려하면 사형제 존속 여부가 인권국가를 결정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함께 개진했다.

2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리인 정부법무공단의 변론요지서를 인용한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앞선 두 번(1996·2010년)의 사형제 합헌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이 없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헌재가 사형제 유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먼저 사형제 존치가 후진적이란 인식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다수의 국가들(84개국)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다”며 “미국·일본 등 선진국도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바 이는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가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 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부분 국가에서 사형이 사라진 유럽은 EU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U는 회원국 자격으로 ‘사형제 폐지’를 내걸고 있다. 즉 국민 인식 변화보다 경제발전이라는 국익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졌다는 게 법무부 논지다.

1990년대 이후 동유럽 국가들의 시장경제체제 전환 등 한국과는 다른 국제정치적 배경 또한 유럽의 사형제 폐지와 연결된다고 법무부는 봤다.

국내 여론도 사형제 존치 근거로 쓰였다. 법무부는 2021년 실시된 여론조사를 인용해 사형제 유지 견해가 77.3%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민적 바람,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를 단순히 소박한 법 감정으로 무시할 순 없다”는 내용도 변론 요지에 담았다.

법무부는 사형의 대체 형벌로 거론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도 반대했다. “사형을 다른 중한 형벌로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건 흉악 범죄로부터의 예방 필요성을 간과 내지 무시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고려하면 사형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법무부는 못을 박았다. 형벌의 응보적 차원에서도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니라 오히려 정의에 합치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 전제가 되는 ‘헌법소원 적법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점도 거론됐다. 헌법소원 청구인 윤모씨가 무기징역 형을 확정 받았기 때문에 사형에 대한 헌재 심판이 윤씨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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