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KKKKKKKKKKKKK…103억원 대투수와 157km 파이어볼러 ‘눈이 즐거운 명품 투수전’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승패를 떠나 팬들의 눈이 즐거운 명품 투수전이었다.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취재진도, 관중도 평소보다 많이 몰렸다. 이유는 명확했다. KIA ‘103억원 대투수’ 양현종과 키움 160km 파이어볼러 안우진이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1일 광주에서 한 차례 맞대결을 가졌다. 양현종의 판정승이었다. 양현종은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승리투수, 안우진은 6이닝 8피안타 7탈삼진 2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140km대 중반의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특유의 노련한 경기운영능력을 선보였다. 안우진보다 잘 맞은 타구를 많이 맞았지만, 집중타를 최소화하며 대량실점 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안 좋은대로 긴 이닝을 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한 투수다.

양현종이 경기흐름과 당일 컨디션, 타자의 노림수까지 읽고 승부한다면, 안우진은 아직은 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직전 등판이던 23일 대구 삼성전서 패스트볼 160km을 찍었다. 주무기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등 각종 구종의 커맨드가 좋아지고 제구가 되기 시작하면서 ‘언터쳐블’이 됐다.

올 시즌 구위만큼은 안우진을 넘어설 자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안우진은 여전히 특정 구간에 급격히 흔들리며, 거기서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위기관리능력이 약간 부족한 모습이 나온다. 양현종의 강점이 곧 안우진의 약점이며, 안우진이 김광현(SSG)과 양현종 레벨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두 사람의 투구내용의 우위를 가리기 어려웠다. 전광판에는 사정 없이 0과 K가 찍혔다. 양현종은 148~149km를 찍는 등 평소보다 구속이 더 나왔다. 안우진을 의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초반부터 전력투구하며 키움 타선을 압도했다.

경기 초반 1루 커버에 들어가다 왼 허벅지에 약간의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큰 문제없이 이닝을 소화해 나갔다. 위기도 있었지만, 특유의 노련한 투구로 좀처럼 실점하지 않았다. 4회에는 2사 1루서 포수 한승택의 견제사 도움도 받았다. 단, 7회 2사 2루서 역시 노련한 이지영의 한 방을 피하지 못했다. 뚝심 있게 1~4구 모두 체인지업으로 승부했으나 우전적시타를 맞았다. 결국 7이닝 5피안타 9탈삼진 2사사구 1실점. 투구수는 102개였다.

안우진도 이날만큼은 양현종의 위기관리능력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2회 2사 2루서 김선빈을 153km 패스트볼로 2루 땅볼 처리하는 장면, 4회 2사 3루서 황대인을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처리하는 장면이 백미였다. 폭투 하나로 실점할 수 있었으나 과감했다. 5회에도 1사 1,2루서 류지혁과 박찬호를 슬라이더, 커브로 범타 및 삼진 처리했다.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 패스트볼 최고 157km까지 나왔다.

결국 키움이 1-0으로 이기면서 안우진이 18일전의 판정패 아픔을 설욕했다. 안우진의 성장세가 대단하다는 게 드러난 한 판이다. 아울러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관중에겐 눈이 즐거운 명품 투수전이었다.

[양현종과 안우진. 사진 = 고척돔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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