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천잰데? 160km 악마의 재능, 급기야 포크볼까지 ‘KBO 타자들 초비상’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처…천잰데?

키움 안우진의 29일 고척 KIA전(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시즌 9승4패 평균자책점 2.17) 투구분석표에 눈에 띄는 기록이 있었다. 포크볼이다. 안우진은 이날 2018년 데뷔 후 처음으로 포크볼을 던졌다. 지난주말 부산 원정에서 송신영 투수코치에게 처음으로 배웠고, 이날 곧바로 실전서 써먹었다.

포크볼은 중지와 검지 사이에 공을 끼워 던지는 구종이다. 두 손가락의 폭을 좁히면 스플리터, 벌리면 포크볼이다. 전자는 낙폭은 다소 줄어들지만 스피드는 조금 더 나온다. 후자는 타자를 좀 더 확실하게 속일 수 있다. 단, 팔꿈치 등 부상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구종이긴 하다.

안우진은 0B2S 등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아직 완벽히 숙달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2회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2S서 3구에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5회 선두타자 최형우에게도 2S서 3구에 포크볼을 사용,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안우진은 “예전부터 한복판에서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이 신기했다. 홈플레이트로 가는 공인데 헛스윙이 나오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송신영 코치님에게 여쭤봤고, 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으로 2개를 던져봤다. 사실 최형우 선배님에겐 잘 맞은 타구를 내줬다. 위험했다”라고 했다.

스스로 포크볼을 던지는 상황을 제한했지만, 구종을 배운 뒤 곧바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대부분 투수는 거의 모든 변화구를 ‘던질 줄’ 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던질 줄 아는 것이지 잘 던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구종은 봉인하면서 주무기 위주로 투구한다. 자칫 공 1개를 잘못 던지다 경기 결과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우진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포크볼을 던진다고 했지만, 나성범과 최형우는 2S서도 얼마든지 한 방을 때릴 수 있는 강타자들이다. 결국 안우진의 발전을 향한 갈망과 천재성, 대담한 기질까지 두루 돋보이는 대목이다.

요즘 안우진은 포크볼을 잘 던지기 위해 연구 중이다. 키움 선배들이 스승이다. 안우진은 “일단 송 코치님에게 배웠고, 얼마전에 포크볼을 잘 던지는 (김)태훈이 형에게 물어봤다.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스플리터가 아닌, 확실한 포크볼이다. 흉내를 내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확실하게 자신의 구종으로 만들려고 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안우진은 데뷔 초창기에 슬라이더 위주로 변화구를 구사해왔다. 연차를 거듭하면서 체인지업과 커브를 추가했다. 그리고 슬라이더는 두 종류를 구사한다. 작년과 올 시즌을 통해 체인지업과 커브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KBO리그 타자들은 초비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안우진 공략이 어려운데 포크볼이라는 신무기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9개 구단 타자들은 철저히 안우진의 패스트볼에 초점을 맞추면서 반 타이밍 늦춰 변화구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타격에 임한다. 그럼에도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패스트볼이 들어오는 걸 알아도 너무 빠르다 보니 제대로 못 친다.

하물며 변화구 완성도까지 높아지면서 ‘언터쳐블’에 이르렀다. 여기에 가까운 미래에 포크볼 완성도까지 향상될 수 있다. 타자들에겐 절망적이다. 타 구단 한 지도자는 “이젠 안우진이 나온다고 하면 무게감이 남다르다”라고 했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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