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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못 치기 전에 미리 밥이라도 먹이려고 했던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 1루수,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좋은 타격을 선보이며 팀의 5-1 승리를 견인했다. 롯데는 이 승리로 공동 7위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롯데와 3년 18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정훈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기대와 달리 타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급기야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오랜 재활을 통해 지난 7일 복귀전을 치렀으나, 다시 부상이 재발했다. 또 한 번의 공백기를 가진 정훈은 지난 28일에서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됐지만, 래리 서튼 감독은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훈의 출전을 관리해 줄 뜻을 밝혔다. 사령탑은 "정훈은 컨디션도 좋고, 수비하는 모습도 좋았다. 하지만 부상 복귀 선수로 조절을 해줄 것"이라며 "5경기 연속 1루수로 나갈 수는 없다. 9이닝 경기를 두 경기 연속으로 나서보고 체크를 통해 점차적으로 출전을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상을 털어낸 정훈은 지난 28일 복귀전에서는 대타로 출전해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30일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고, 복귀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지난 4월 24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무려 67일 만에 짜릿한 손맛을 제대로 느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에 머물렀던 정훈의 방망이는 3회 제대로 터졌다. 정훈은 2-1로 근소하게 앞선 3회말 1사 1루에서 두산 선발 곽빈의 3구째 144km 하이 패스트볼을 힘껏 잡아당겼다. 정훈의 방망이를 떠난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오랜만의 홈런이 어색한 듯했다. 정훈은 "안타도 잘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홈런이 나올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경기 감각을 잡기 위해 모든 공에 풀스윙을 했는데, 네 번 중에 한 번이 나온 것 같다. 타석에서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시즌 초반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시행착오를 겪고, 부상까지 당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정훈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비워서 동료들에게 미안한게 많았다. 못 칠 때보다 힘들었던 시기였다. 몸 관리가 얼만큼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몸 상태는 80~90%로 다음주 중이면 100%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맏형'이자 오랜 '죽마고우' 이대호는 정훈이 홈런을 치고 홈을 밟자 진한 포옹을 선사했다. 이대호와 정훈은 매우 막역한 사이다. 정훈이 지난 시즌이 끝나고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했을 때 곁에서 가장 응원하고 기뻐했던 것이 이대호였다. 그리고 이대호는 인터뷰에서 매번 정훈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전날 '조선의 4번 타자'의 응원이 큰 힘을 발휘했다. 그는 "어제(29일) (이)대호 형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삼겹살을 직접 구워줬다. 형이 '그거 먹고 쳤다'고 생색을 내더라. 맛있게 먹었다. 초대는 하는데 잘 안간다. 올해 초반에는 (대호 형 집에) 갈 성적이 안 됐다. 못 치기 전에 미리 밥이라도 먹이려고 했던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정훈은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의 성적을 머리에서 완전히 지웠다. 리셋 버튼을 누르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생각. 정훈은 "스스로 집에서 많은 생각을 해봤다. 오늘 경기 이전의 것은 다 잊었다. 기록도 모르겠다. 수치로 나오겠지만,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남은 절반 정말 끝까지 달려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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