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용재 작가 "교수 심정으로 쓴 '종이의 집', '꼭 통일해야 하냐'는 젊은 세대들에…"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류용재 작가가 한국판 '종이의 집'을 선보인 소회를 밝혔다.

류용재 작가는 1일 오전 마이데일리와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이하 '종이의 집')으로 전 세계 190여개 국의 시청자들을 찾아가며, 이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판 '종이의 집'(극본 류용재 / 연출 김홍선)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전 세계를 강타한 동명의 스페인어 오리지널 시리즈를 리메이크했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찍고 세계 51개국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극본을 쓴 류용재 작가는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라이어 게임' '피리 부는 사나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나 홀로 그대' '괴이' 등을 집필한 바 있다.

이날 류용재 작가는 "원작이 시즌1, 2가 공개됐을 때부터 팬이었다. 심지어 당시에 원작이 이런 점은 좋지만 이런 점은 별로다, 하는 부분까지 사랑했다. 원작의 모든 걸 좋아했기에 한국판 리메이크를 한다고 했을 때, 원작을 바꾸어야 한다고 접근하기보다 남북한 설정을 놓고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하는지 염두에 두고 고민했다. 도쿄가 지금과 같은 전사로, 원작과 달라진 이유다. 단순히 원작과 다르게 가기 위해서가 아닌,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무엇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긴 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 설정을 넣은 이유는 꼭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는 의도만은 아니었고, 드라마가 더 풍부해질 것이라 봤다. 기존엔 경찰-강도단 대립구도만 있지 않았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꼭 통일을 해야 하냐'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저도 통일이 절대적인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뭐랄까,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공생 관계로 몇 십 년째 살아온 것들이 언젠가 바뀔 수 있다면, 통일이 된다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 같지 않았다. 통일이 된다 했을 때 그걸 이용해 돈을 벌려는 자들도 생길 것이고, 그런 상황이라면 강도들이 남북 관계를 떠나 자기들 몫을 찾기 위해 뜻을 모을 수 있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이해 관계를 추구하는 자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나뉜 것에 대해 류용재 작가는 "호불호는 예상했고,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할 부담이라고 생각했다. 호불호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본을 원작 베이스로 쓰긴 했지만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늘 교수 캐릭터의 심정이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만들어나간 것들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마치 교수처럼 불안과 초조 속에 지켜봐왔다. 교수가 강도들에게 '우리 계획은 이래, 아무나 죽어도 다쳐선 안 돼', 경찰들이 왔을 때도 '쟤네는 우리를 쏠 생각이 있는데 우리는 쏠 생각이 없어'라고 강조하지 않나. 강도들이 교수의 계획을 믿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순간순간을 헤쳐나간 것처럼 우리 배우들도 다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고맙고, 그런 평들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류용재 작가는 "파트2는 원작이 가는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성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재미난 이야기와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다"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 = 넷플릭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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