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빅보이'인데 달랐던 '빅보이'...홈런도 안타도 아니었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잠실 빅보이'의 발이 원조 '빅보이'의 발보다 빨랐다.

큰 키와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파워배팅으로 '빅보이'이라 불리는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쳤다. 바로 롯데 이대호와 LG 이재원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LG 트윈스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신바람 4연승을 달렸다. 이날 경기에서 이대호와 이재원은 모두 1안타를 기록했지만 이재원은 덩치에 비해 빠른 발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반면 이대호는 홈까지 쇄도하지 못했다.

기회는 이대호에게 먼저 찾아왔다. 1회초 2사 후 LG 김윤식의 126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중간 안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후속 타자 전준우가 우익수 오른쪽 라인 안쪽에 떨어지며 펜스를 맞추는 2루타를 쳤다.

보통의 주자 같았으면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지만 이대호의 발은 느렸고 3루에서 멈출수 밖에 없었다. 안타를 친 전준우는 3루에 멈춰 선 이대호를 보고 아쉬움에 미소 지었고 LG 유격수 오지환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대호도 머쓱했는지 전준우를 보고 좋은 안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수줍게 웃었다.

후속 타자 한동희가 풀 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바람에 이대호는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2회말 이재원에게도 이대호와 비슷한 상황이 찾아왔다. 선두타자로 나와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1루를 밟았다. 그리고 후속 타자 문보경이 롯데 김진욱의 146km 패스트볼을 가볍게 밀어 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이때 1루주자 이재원이 3루를 돌고 홈까지 밟으며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이재원은 큰 덩치에 어마어마한 파워를 지녔지만 주력도 느리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이재원의 주력은 6회말에서도 빛이 났다. 선두타자 안타로 1루 베이스를 밟은 이재원은 후속 타자 문보경의 좌중간 안타 때 3루까지 들어가며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좌중간 안타 때 1루주자가 3루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주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이어 박해민의 1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았고 이 득점은 결승점이 되었다. 성큼성큼 큰 발걸음으로 달려나가 점점 가속도가 붙는 이재원의 발은 다른 선수에 비해 절대 느리지 않았다.

이재원은 지난달 28일 NC와의 경기에서 고의낙구로 문보경이 아닌 자신을 선택한 NC 박민우에 "저 예상외로 발이 빠른 편입니다"라고 말했던 이유가 다 있었다. 이재원은 주력도 좋은 '잠실 빅보이'였다.

[같은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한 이재원과 3루에 멈춰선 이대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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