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기계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인가요?...해프닝으로 끝난 '무선 이어폰' 사건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오른쪽 귀에 있는 거 무선 이어폰인가요?"

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광삼 불펜코치가 사진기자석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던 구단 직원에게 롯데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물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은 기자는 깜짝 놀라 망원렌즈를 이용해 3루 롯데 더그아웃을 살펴봤다. 더그아웃 구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제럴드 레어드 배터리 코치 오른쪽 귀에 하얀색 무언가가 확실히 보였다. 정말 무선 이어폰이었을까?

KBO 대회요강 26조에는 경기 중 무전기,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감독, 코치, 선수에게 '불공정 정보'를 주는 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KBO리그에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각종 전자기기의 더그아웃 반입을 부정행위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롯데 제럴드 레어드 배터리 코치는 규정을 어겼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른쪽 귀에 보였던 건 무선 이어폰이 아닌 볼펜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잠실야구장 불펜은 더그아웃보다 좀 더 외야 쪽에 위치하고 있어 3루 더그아웃과의 거리가 멀다. 원정 더그아웃의 상황을 육안으로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볼펜의 위치도 귀에 바짝 붙어 있어 멀리서 보면 무선 이어폰처럼 보였다.

더군다나 제럴드 레어드 배터리 코치는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올 시즌 처음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배터리 코치를 맡았다. 메이저리그는 리그 공인을 받은 전자기기를 더그아웃에 반입해 경기 중 활용할 수 있지만 KBO리그는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LG 입장에서는 KBO리그가 처음인 제럴드 레어드 배터리 코치가 규정에 대해 정확히 숙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오해를 한 것이다.

한편 지난 2017년과 2018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전자기기를 이용해 상대의 사인을 훔친 혐의가 밝혀져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다. KBO리그에서도 사인 훔치기는 항상 논란이 돼왔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이 사인 훔치기 논란이다. 아무 일 없이 끝나 다행이지 만약 무선 이어폰이었다면 큰 이슈가 될 뻔한 해프닝이었다.

[멀리서 보면 무선 이어폰으로 착각할 수도 있었던 제럴드 레어드 코치의 볼펜.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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