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독 또 없습니다...선수 마중 나와 에스코트까지 하는 감독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유진형 기자] 페퍼저축은행 이한비(26)는 생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은 발 디들 틈 없이 많은 배구팬들로 가득했지만 인파 속에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페퍼저축은행 김형실(72) 감독이었다. '백전노장' 김형실 감독이 국가대표로 소집돼 국제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이한비를 맞이하기 위해 직접 인천국제공항으로 마중 나온 것이다.

몇몇 프로팀 관계자가 소속팀 선수들을 마중 나오긴 했지만 감독이 직접 나와 선수를 맞이한 건 김형실 감독이 유일했다. 김형실 감독은 고생한 자식 같은 이한비에서 맛있는 저녁밥을 먹이고 싶다며 공항을 찾았다.

김형실 감독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의 전신 월드리그 경험이 있는 감독이다. 한 달여 동안 미국, 브라질, 불가리아로 이어지는 강행군이 얼마나 힘든 일정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속팀 선수인 이한비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챙겨주고 싶었다.

공항에는 이한비를 마중 나온 팬들이 많았다. 이한비가 공항을 찾은 팬들에게 사인과 기념촬영을 하며 팬 서비스를 하고 있을때 김형실 감독은 이한비 뒤에서 캐리어 가방을 지켜주며 흐뭇한 미소로 지켜봤다. 백전노장 감독의 눈에는 점점 성장하는 이한비가 대견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한편 이한비는 이번 발리볼네이션스리그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12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3주 차 마지막 2경기였던 이탈리아, 중국전에서 이한비는 강한 파워로 상대팀 블로킹을 거침없이 뚫어가며 각각 14점, 12점을 기록하는 등 팀 내 최다 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김형실 감독도 이한비의 활약에 "우리 한비가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더니 참 좋아졌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지난 1일 용인 훈련장에서 만난 김형실 감독은 "한비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빨리 한국에 돌아와서 감독님과 팀 동료 선수들을 보고 싶다고 전해왔다"라며 "무뚝뚝하던 한비가 이번 국제 대회를 통해 전체적으로 포용력이 좋아졌다"라며 성숙해진 이한비를 칭찬했다.

이한비는 2015-2016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하며 프로에 첫발을 내딪였다. 하지만 주로 웜업존에 머무르며 많은 경기를 뛰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팀을 옮긴 뒤 팀 주장 완장까지 달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첫 시즌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뒤에서 묵묵히 챙겨주던 사람이 김형실 감독이었다. 이한비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김형실 감독과 함께한 뒤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일본 전지훈련에 나선다. 하지만 여자 배구대표팀이 오는 9월 세계여자 배구선수권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이달 말 다시 소집된다. 만약 이한비가 다시 승선한다며 김형실 감독과 소속팀 동료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진천선수촌에 소질 될 예정이다.

[소속팀 선수 이한비를 마중 나온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사진 = 인천공항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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