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못하고 많이 져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일 허삼영 감독의 '자진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박진만 2군 감독을 1군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지휘봉을 잡음과 동시에 '주장'을 교체를 단행했다. 김헌곤이 주장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오재일에게 중책을 맡겼다.
김헌곤이 맡아오던 '캡틴'의 자리를 오재일에게 넘긴 이유는 무엇일까. 박진만 감독 대행은 2일 "김헌곤은 외야 쪽에서 네 번째 선수다. 작년까지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체력적,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 같다. 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경기 감각을 올리기 위해 퓨처스리그로 보냈다"고 밝혔다.
김헌곤은 올해 43타석 연속 무안타로 허덕이는 등 73경기에서 42안타 1홈런 타율 0.205 OPS 0.489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박진만 대행은 김헌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 그는 "주장은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가 맡아야 한다. 오재일이 주장 역할을 해줄 수 있기에 임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재일은 허삼영 감독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이튿날(2일) 오전 주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팀 분위기를 위해서 오재일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캡틴'의 중책을 맡기로 결정했다. 오재일은 두산 베어스 시절인 지난 2019년 이후 생애 두 번째로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오재일은 "2일 점심때 감독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해달라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위기를 바꿔보자.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 고참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며 "주장에 대한 부담은 없다. (김)헌곤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내가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주장을 맡게 된 배경을 밝혔다.
허삼영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경도 전했다. 오재일은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선수들이 못해서 책임을 지신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보답하는 길인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진만 대행은 아직 50경기가 남아있는 만큼 "활기차게, 열심히 뛰어보자"고 선수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재일은 "많이 지다 보니 경기장에서 전체적으로 얼굴이 굳거나, 위축돼 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더 활기차게 할 것"이라며 "하루하루 28명 선수 전원이 최선을 다하면 올 시즌이 끝나고 내년이 돌입할 때 더 강팀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장으로 선수단에게 당부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 연습, 몸 관리 등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닌, 매일 얻어 가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발 더 뛰고 파이팅을 내면 후배들이 잘 따라주지 않을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뉴 캡틴'은 팬들을 향해 사과의 뜻도 밝혔다. 오재일은 "올해 특히 못하고 있어도 항상 야구장 많이 찾아주시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는데, 못하고 많이 져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하루빨리 삼성 야구가 다시 활기차게 힘 있는 야구로 돌아올 수 있게 앞장서서 힘을 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과 선수단, 팬.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