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박승환 기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KBO리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인기를 서서히 회복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그러나 절정의 인기를 뽐냈던 '800만 관중'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다시 한번 야구가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난 2017년 이후 열리지 못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오는 2023년 3월 6년 만에 개최된다. 미국은 '캡틴' 마이크 트라웃을 중심으로 드림팀을 꾸려 나가고 있고, 도미니카공화국 또한 올해 최고의 투수 샌디 알칸타라와 매니 마차도, 후안 소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대표팀에 승선하며 역대급 전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과 함께 B조에 속한 일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WBC 출전 여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고, 쿠리야마 히데키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은 미국을 방문해 스즈키 세이야의 경기력을 체크, WBC 불참을 선언한 다르빗슈와는 1시간 이상의 대화를 통해 대표팀 합류를 설득 중이다.
한국도 이강철 KT 위즈 감독에게 WBC 지휘봉을 맡기면서 조금씩 움직임을 가져가는 중이다. 어깨는 다소 무겁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성적이 썩 좋지 않기 때문. 2017년 WBC에서는 '충격'의 예선 탈락을 맛봤고,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노메달'의 수모를 겪으며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대표팀 구성을 통해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한다.
최근 야수 쪽에서는 훌륭한 자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운드다. 류현진이 토미존 수술로 인해 WBC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는 큰 고민거리다. 김광현과 양현종에게만 기댈 수도 없다. 하지만 WBC에서만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는 있다. 바로 안우진이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를 인물은 김광현(SSG 랜더스)이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을 빼놓기에는 섭섭하다. 안우진은 올해 21경기에 등판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7로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다승(11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2.17) 3위, 탈삼진(152개)은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세부 지표도 두드러진다.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 투아이'에 따르면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5.22로 투수 1위, KBO리그 전체 3위에 랭크돼 있고,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의 WAR은 5.02로 투수 2위, 전체 5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꿈의 구속'으로 불리는 시속 160km를 마크했다.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53.4km로 단연 1위. 이닝 소화 능력도 국내 투수들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그동안 안우진은 국제 대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프로 입단 과정에서 대한 야구소프트볼연맹(KBSA)로부터 받은 징계 때문에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서 주관하는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WBC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주관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제약 없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다.
지금까지 WBC 출전 여부에 말을 아껴왔던 안우진이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태극마크는 메이저리그 진출과 더불어 '꿈'과 같았다. 안우진은 "(태극마크는) 야구 선수들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WBC는 수많은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는 대회로 장차 빅 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안우진에게는 '쇼케이스'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안우진과 이정후를 보기 위해 고척스카이돔을 찾고 있다. 안우진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들과 같이 야구를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WBC의 예비 명단이 발표되고 최종 엔트리가 꾸려지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안우진도 일단은 정규시즌 팀 성적을 위해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팀이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최대한 팀 위주로 신경을 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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