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들이 25년째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벽…류현진·김광현은 위대하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도 외국인투수들이 깨지 못하는 벽일까.

KBO리그 외국인선수 제도는 1998년에 도입됐다. 외국인투수들은 2021시즌까지 24년간 노히트 노런, 탈삼진 등 화려한 퍼포먼스와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유독 외국인투수에게 허락되지 않은 영역이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의 1점대 평균자책점이다. 1998년부터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1998년 정명원(1.86), 1998년 임창용(1.89), 2010년 류현진(1.82)이 전부다. 21세기에는 12년 전 류현진이 유일무이하다. 투고타저라고 해도 1점대 평균자책점은 결코 쉽지 않다.

그나마 근래 외국인투수가 1점대 평균자책점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의 2.07이었다. 다만, 리오스는 일본 진출 이후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KBO리그 시절 퍼포먼스가 의심을 받았다. 이 사례를 제외하면 2020년 에릭 요키시(키움)의 2.14가 1점대에 가까운 기록이었다. 당시 요키시는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2022시즌, 사상 첫 외국인 1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장을 던진 투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SSG 실질적 에이스 윌머 폰트. 폰트는 전반기 18경기서 11승4패 평균자책점 1.96. 실질적 투구내용은 동료 김광현보다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시즌을 보내는 투수라도 좋지 않은 구간이 존재한다. 폰트는 후반기 4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30. 6월24일 NC전까지 1.94였다가 2점대로 올라갔다. 전반기를 마치며 1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후반기 4경기서 6이닝 2자책-5이닝 2자책-7이닝 1자책-5이닝 6자책.

전반기에 7~8이닝 1~2실점 투구를 밥 먹듯 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그런 케이스가 1경기에 불과하다. 더구나 12일 인천 KT전은 올 시즌 최악의 투구였다. 5이닝 10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3볼넷 7실점(6자책). 시즌 최소이닝에 최다 피안타, 최다 자책이었다. 전형적으로 안 풀리는 날이었다.

이제 폰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33까지 치솟았다. 5월1일 두산전서 5이닝 5자책하며 2.37까지 올라간 뒤 가장 높은 수치. 물론 SSG의 잔여 41경기 중 8경기 정도 나설 수 있다. 꾸준히 압도적 투구를 하면 1점대 재진입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더 흔들리면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선수 시장 환경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악화됐다. 구단들은 매년 주어진 조건서 최상위급 외국인투수를 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올해 KBO리그는 25년째 외국인투수에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폰트보다 요키시(2.31)의 평균자책점이 더 좋다.

결국 2010년 류현진, 2022년 김광현이 위대하다. 1.82의 김광현은 류현진 이후 12년만의 1점대 평균자책점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다. 12년간 KBO리그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간 걸 감안하면, 김광현의 도전은 의미 있다. 물론 김광현도 잔여경기서 1~2차례 정도 난타 당하면 1점대 평균자책점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폰트(위), 김광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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