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일본 내에서는 큰 파문이 일었다"
한국 대표팀 서재응(現 KIA 타이거즈 코치)은 지난 2006년 3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최종전 일본과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한 뒤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태극기 세리머니'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는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2회 WBC에서 '숙적' 일본을 4-1로 누르고 4강행을 확정 지은 뒤 봉중근(前 LG 트윈스)과 이진영(現 SSG 랜더스 코치)이 다시 한번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다.
2006년 WBC에서 '태극기 세리머니'가 펼쳐지기 직전 타석에 들어섰던 타무라 히토시가 최근 유튜브에서 당시 기억을 꺼냈다. 타무라는 1994년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해 소프크뱅크 호크스,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며 통산 1342경기에 출전해 1162안타 195홈런 타율 0.281 OPS 0.818의 성적을 남겼고, 현재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2006년 3월 15일 일본과 맞대결에서 매우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하지만 8회 1사 2, 3루 득점권 찬스에서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후지카와 큐지(前 한신 타이거즈)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쳐 뒤늦게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한국 대표팀은 2-0으로 앞선 9회 솔로홈런을 허용해 턱 밑까지 추격을 당했으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때 9회 2사 1루 마지막 타석에서 오승환과 맞붙었던 것이 타무라였다. 한국 대표팀은 승리를 거둔 후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서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일본 'J-CAST 뉴스'에 따르면 타무라는 "한신에서 뛰었던 오승환의 직구에 엄청 큰 파울을 쳤다. 바깥쪽 공을 커트했고, 다시 바깥쪽 공이 올 줄 알고 스윙을 했는데,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경기가 끝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종적으로 일본은 제1회 WBC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태극기 세리머니는 일본 입장에선 '악몽' 그 자체였다. 당시 태극기 세리머니는 일본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매체는 "한국은 경기 직후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로 몰려와 환희를 터뜨렸다"며 "이때 여러 개의 태극기를 마운드에 세우는 퍼포먼스를 보여 당시 일본 내에서는 큰 파문이 일었다"고 언급했다.
한국 대표팀의 첫 '태극기 세리머니'를 맛본 일본프로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 더그아웃에서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후 인터뷰에서는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이에 타무라는 "이치로도 화를 냈다. 마운드에서는 안된다. 모두가 화가 났다"고 기억을 되짚으며 당시 더그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오는 2023년 WBC B조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무려 14년 만에 WBC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펼칠 예정. 조별라운드에서 첫 대결은 2023년 3월 10일에 열린다. 일본이 아직까지도 치를 떠는 '태극기 세리머니'를 다가오는 WBC에서도 볼 수 있을까.
[2009년 WBC에서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봉중근(좌)과 이진영(우), 2006년 WBC 당시 스즈키 이치로. 사진 = AFPBBNEWS]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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