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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는 KBO리그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외인 타자임은 분명하다. 2일 경기 전까지 4시즌 동안 540경기에서 친 안타는 699개.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병살타.
페르난데스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019년 데뷔 첫 시즌 197안타 타율 0.344 OPS 0.892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5.15를 기록하며 엄청난 임팩트를 안겼다. 이듬해에도 199안타 105타점 타율 0.340 OPS 0.901 WAR 4.39로 부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성적이 조금 하락하는 모양새였지만, 여전히 페르난데스는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페르난데스는 2일 경기 개시 전을 기준으로 111경기에서 타율 0.302(441타수 133안타)를 기록 중이다. 타율만 놓고 보면 분명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OPS 또한 0.736에 불과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WAR은 1.33로 KBO리그 전체 57위.
그동안의 활약이 너무 좋았던 탓에 기대치가 높아진 것일까.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위력이 떨어졌다. 일단 땅볼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좀처럼 공을 띄워내지 못하는 중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5월 "공을 잡아놓고 때리지 못하고 앞에서 툭툭 댄다"고 지적했다.
올해 페르난데스의 뜬공/땅볼은 무려 0.54에 달한다. 즉 뜬공 1개를 만들어낼 때 땅볼이 2개 달하는 수준이다. 발이 빠르지 않은 페르난데스의 경우 강한 타구로 내야를 뚫어내지 못하면 안타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특히 주자가 있는 경우에는 병살타로 이어질 확률도 매우 높다.
땅볼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 배경에는 부상이 숨어있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내내 왼손 엄지 아래 부분 손바닥에 불편함을 느껴왔다. 물론 이 부상이 결장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는 않다. 그러나 제 스윙을 가져가지 못하면서 땅볼로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는 병살타 30개의 불명예 기록으로 이어졌다.
한 시즌 병살타 30개 이상은 메이저리그에서 총 18번,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단 두 명 밖에 달성하지 못한 기록. 한국에서는 2일 경기 전까지 시즌 병살타 29개를 기록 중이던 페르난데스는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 30병살타의 불명예 기록을 작성했다. 병살타는 누구나 칠 수 있지만, 팀 내 중심타선에서 가장 중요한 상황에 발생한 병살타였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경기 초반 치열한 난타전 속에 2-5로 뒤진 3회말 페르난데스 앞에 찬스가 마련됐다. 허경민의 볼넷과 정수빈의 안타로 1사 1, 2루 기회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때 페르난데스가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와 승부에서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쳤고, 이는 시즌 30번째 병살타로 연결됐다.
페르난데스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찬스를 놓친 후 두산은 급격하게 무기력해졌다. 그리고 경기 초반까지 대등했던 흐름은 롯데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두산은 4-16으로 패하면서 롯데와 2연전에서 1승 1패씩을 나눠갖게 됐다.
KBO 최초 불명예 기록을 썼고, 지난 3년보다는 성적이 눈에 띄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페르난데스는 두산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다. 이만한 타자를 시장에서 찾는 것이 더욱 힘들 정도. 하지만 두산과 페르난데스가 내년에도 동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을 더 띄워내야 한다.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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