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도움 1위 '패싱'...17시간 날아온 이강인은 180분간 몸만 풀다 돌아갔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명의 팬들이 이강인을 연호하고, 언론들이 출전하지 못한 이강인에 대한 논란을 말한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다. 우리는 감독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대신 그에 따른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한다.

1년 6개월 만에 A대표팀에 복귀한 이강인은 17시간이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날아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구상에는 이강인이 없었다.

카메룬과의 경기 전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 벤투 감독이었다.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손준호(산둥) 등 총 5명의 변화를 주며 새로운 점검을 했지만 이강인은 이날도 교체 명단으로 몸만 풀다 끝났다. 벤투 감독이 말한 변화에는 이강인은 없었다.

이강인은 경기 시작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킥오프 30분 전에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선수단 명단이 소개됐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선발 선수로 소개되자 함성이 터졌다. 이어 교체 명단이 소개됐고 26번 이강인의 얼굴과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팬들은 손흥민의 함성만큼이나 큰 소리로 이강인을 반겼다. 그리고 마지막에 벤투 감독이 소개됐다. 그러자 일부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벤치에 앉아 있을 때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보통 선발 출전한 선수들에게 사진기자들이 모여드는데 이날은 벤치에 앉아있는 이강인에게 더 많은 사진기자들이 모였다.

교체 명단 조끼를 입은 이강인은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라운드 옆에서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권창훈이 교체 투입되었고 이어 나상호, 황의조, 정우영이 투입되었다. 벤투 감독이 말한 새로운 변화가 아닌 기존에 중용했던 선수들의 투입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모습은 교체 투입된 황의조가 후반 37분 허리를 잡고 쓰러졌을 때였다. 트레이너는 벤치를 보며 교체 사인을 보냈고 경기장을 찾은 6만여 명의 팬들은 이강인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이 아닌 백승호을 교체 투입시켰다. 그라운드 밖에서 몸을 풀던 이강인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고 코치는 이강인의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후반전 이미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교체 투입된 상황이었는데 스트라이커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백승호를 추가 투입한 것이다. 마지막 카드로 기존 선수들과는 새로운 유형의 이강인을 세컨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벤투 감독은 변화를 원치 않았다.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세네갈전까지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스페인 라리가 도움 공동 1위(3개) 이강인은 이렇게 또 패싱 됐다.

[그라운드 밖에서 몸만 풀다 돌아간 이강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