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은 KBO 탑 클래스 인성"...사구 던진 투수가 밝힌 오지환 뒷이야기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왜 KBO 탑 클래스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KT 김민수가 자신의 SNS를 통해 LG 오지환에 대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KT 김민수는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팀 간 시즌 15차전에서 8회말 구원 등판했다.

김민수는 선두타자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채은성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고 채은성은 항상 그래왔듯 아무렇지 않게 1루 베이스로 뛰어나갔다. 이어 오지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민수는 140km 패스트볼로 몸 쪽 승부를 했고 오지환은 배트를 멈췄지만 오른쪽 손등에 투구를 맞았다. 그러나 맞은 위치가 좋지 않았다.

1루로 걸어나가는 듯했던 오지환이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손등을 부여잡고 자리에 앉아 고통을 호소했다. 트레이너가 바로 들어와 오지환의 상태를 체크했다. 장갑을 벗은 오지환의 손등은 선명하게 피멍이 들어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멍은 더 커졌다. 오지환이 계속해서 고통스러워하자 LG 더그아웃과 LG 팬들은 화들짝 놀랐다. 지난해 부상 순간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지난해 이맘때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와의 경기서 다이빙캐치를 하다 어깨 쇄골 골절 부상을 당했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며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LG는 오지환의 공백을 절실히 느끼며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무리했던 경험이 있다.

놀라긴 KT 김민수도 마찬가지였다. 김민수는 고통스러워하는 오지환을 보고 안절부절못했고 두 번이나 사과했다.

다행히 오지환은 스스로 일어나 김민수에게 미소를 보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오지환은 1루를 밟은 뒤 주자로서 8회말 공격까지 마친 뒤 9회초 수비 때 김민성과 교체됐다. 경기 후 아이싱을 한 손으로 그라운드로 나온 오지환은 걱정하는 KT 선수들에게 끝까지 미소를 보이며 걱정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 경기 후 병원에서 X-레이 촬영 결과 뼈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경기는 KT가 5-3로 승리했다. 하지만 김민수는 승리 후에도 웃지 못했다. 오지환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런 김민수가 자신의 SNS를 통해 오지환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SNS 내용은 이랬다. "왜 KBO 탑 클래스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제 제가 불미스러운 사고를 쳤는데도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에게 안심을 시켜주시는 선수가!! 실력은 당연하지만 인성 또한 남다르기에 그 높은 위치에서 있는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제가 실수를 했음에도 오히려 제가 배움을 얻고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네요.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올 시즌 20-20 클럽에 가입하며 생애 최초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노리는 오지환은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선수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한편 오지환은 멍이 든 손으로 30일 잠실 NC전에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로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LG 오지환과 메시지를 공개한 KT 김민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민수 SNS]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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