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롯데와 계약 하자. 야구 더 잘할 수 있다"
휘문고-경희대를 졸업한 이정훈은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에서 KIA 타이거즈의 부름을 받았다. 전체 100명 가운데 94번째로 '막차'를 탔다. KIA는 이정훈의 수비적인 요소보다는 뛰어난 '타격 재능'에 기대를 품었다.
KIA의 눈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이정훈은 데뷔 첫 시즌 2군에서 83경기에 출전해 8홈런 타율 0.326 OPS 0.947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4시즌 연속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이정훈은 좀처럼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 2017년 1군에서 4경기(3타석), 2019년 7경기(15타석), 2020년 3경기(4타석)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가장 많은 1군 경기에 나섰던 것은 2021년, 하지만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이정훈은 시범경기 1홈런 타율 0.667(9타수 6안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입단 이후 가장 많은 41경기 출전으로 이어졌으나, 2홈런 14타점 타율 0.248로 허덕였다. 결국 이정훈은 올해 2군 81경기에서 타율 0.348(198타수 69안타)의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1군에서 6경기(10타석) 출전에 머무르는 등 시즌이 끝난 뒤 KIA에서 방출됐다.
이정훈의 방출 소식에 가장 먼저 관심을 드러낸 것은 롯데였다. 그리고 롯데는 지난 2일 '베테랑 투수' 김상수, 윤명준과 함께 이정훈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이정훈은 중장거리 타구 생산 능력 등 공격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영입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KIA에서 방출된 후 타구단의 연락을 받지 못하던 이정훈은 야구를 그만둘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성민규 롯데 단장의 전화 한 통에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이정훈은 "얼마전 성민규 단장님께 전화가 와서 '우리 롯데와 계약을 하자. 야구를 더 잘할 수 있다'고 해주셨다"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이정훈은 "방출 이후 야구는 계속해서 하고 싶었지만, 불러주는 구단이 없다면, 따로 테스트를 볼 생각은 없었다. 단장님께서 '롯데에서는 이정훈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KIA에 있을 때 타격코치로 계셨던 박흥식 코치님도 계셔서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훈은 2군에서 6년간 뛰며 5시즌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375경기에서 30홈런 타율 0.320 OPS 0.895로 매우 뛰어났다. 하지만 1군에서는 61경기 2홈런 타율 0.229에 머물렀다. 1군 무대에서 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KIA에서는 대타 요원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결과를 내야 하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 같다. 방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투좌타인 이정훈의 주 포지션은 포수. 그러나 포수로는 1군 출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KIA는 이정훈의 최대 장점인 타격을 활용하기 위해 1루수 변신을 시도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9월부터 1루수 경험을 쌓아왔다. 이는 롯데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이정훈의 경쟁력이다.
은퇴를 고심하던 찰나에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 이정훈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제 기량을 뽐낼 일만 남았다. 그는 "KIA에서 잘하고 싶었는데, 성적을 내지 못해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다. 부모님께는 롯데에 간다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었는데, 소식을 접하고 너무 좋아하시더라. 롯데에서는 야구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IA 타이거즈 시절 이정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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