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세터들의 엇갈린 명함'...토스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세터의 손끝에서 경기 흐름이 좌우된다. 배구는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세터의 중요성이 큰 스포츠다.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에는 두 명의 국가대표 세터가 있다. GS칼텍스 안혜진과 KGC인삼공사 염혜선이다.

이날 경기는 염혜선의 완승이었다. 최근 신인 세터 박은지와 경쟁체재에 들어가면서 경기 출전 시간이 줄었던 염혜선이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고희진 감독은 "염혜선은 동료들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선수"라며 "특히 속공은 세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라며 그녀를 신뢰했다.

선발 출전한 염혜선은 자기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특히 엘리자벳의 높이를 살리며 올리는 토스가 잘 통했다. 사이드 높이가 낮은 GS칼텍스는 엘리자벳의 공격을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엘리자벳은 양 팀 합쳐 최다인 26점 공격성공률 58.7%를 기록하며 GS칼텍스 코트를 폭격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한송이에게 올리는 빠르고 정확한 토스도 일품이었다. 한송이는 염혜선 세터의 호흡을 맞추며 6득점 공격성공률 66.67%를 기록했다.

반면 안혜진은 시즌 첫 선발 출격이었다. 그동안 왼쪽 어깨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다가 지난 흥국생명전에 교체로 시즌 처음 코트를 밟았다. 선발 출전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1세트 후반까지는 안혜진 효과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염혜선이 서브로 강소휘의 리시브를 흔들자 안혜진도 함께 흔들렸다. 결국 차상현 감독은 김지원을 교체 투입시켰다.

리시브가 흔들며 토스가 불안했던 GS칼텍스는 세트 스코어 0-3으로 셧아웃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1라운드 마지막 3경기 연속 셧아웃 패배다.

차상현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안혜진, 김지원과 코트에 남아 토스 높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장신 공격수가 없는 GS칼텍스는 B퀵과 C퀵 사이의 빠르고 정확한 토스로 두 명의 공격수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 미들블로커들 따돌릴 수 있다.

세터가 토스를 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리시브로 공을 세터 머리 위로 올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GS칼텍스의 리시브가 불안하다 보니 세터의 토스가 불안했고 공격에서도 활로를 찾지 못했다. 높이의 열세를 스피드로 맞서는 GS칼텍스 배구는 안정된 리시브가 필수인데 그러하지 못했다.

GS칼텍스도 반전할 수 있는 방법은 확실히 알고 있다. 경기 후 차상현 감독은 "나름 준비를 했고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슬럼프에 빠진 거 같다"면서 "나도 답답한데 선수들은 오죽 답답하겠나.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염혜선과 안혜진, 국가대표 세터들의 맞대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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