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세터를 각성하게 한 신인 세터의 등장, '눈빛이 달라졌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염혜선은 국가대표 주전 세터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루며 국민들에게 뜨거운 여름을 선사했던 선수 중 한 명이다. 이후에도 국가대표 명단에 빠지지 않고 매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역 최고의 세터 중 한 명이다.

2008-2009 시즌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한 염혜선 세터는 현재 7개 구단의 주전 세터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로 소속팀에서도 붙박이 주전 세터다. 그런데 2021-2022 시즌 손가락 수술을 받으면서 19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진했다. 그리 올 시즌 고희진 감독이 부임한 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일신여상의 세터 박은지를 지명했다. 아직 고등학생 신분으로 실전에서 활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평가와는 달리 고희진 감독은 중요한 순간 박은지를 투입시키는 승부수를 띄었다. 그리고 박은지는 예상과는 달리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달 26일 IBK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프로 데뷔 한 박은지는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토스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는 2세트 중반 염혜선 대신 경기에 투입돼 승리로 이끌었다.

고희진 감독은 신인 박은지를 투입한 이유를 "염혜선은 패턴이 오래되지 않았나, 상대가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에 현역 국가대표 주전 세터를 교체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염혜선이 V리그 윔업존에서 박수치며 동료들을 응원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베테랑도 긴장될 수밖에 없는 5세트에서 8개의 토스를 정확히 동료들에게 전달했고 블로킹 득점까지 했다. 이렇게 과감하고 당돌한 박은지의 등장에 염혜선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GS칼텍스 전을 앞두고 염혜선과 박은지는 토스 훈련을 함께했다. 박은지는 염혜선의 토스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배웠고, 염혜선도 박은지를 보며 긴장했다.

각성한 염혜선은 GS칼텍스 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엘리자벳의 높이를 살리는 토스와 한송이에게 빠르게 올리는 토스로 GS칼텍스 미들 블로커들을 따돌렸다. 고희진 감독도 승리 수훈갑으로 염혜선을 꼽았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서 제 몫을 했지만 그래도 염혜선을 첫 손가락에 꼽고 싶다"라며 칭찬했다.

이숙자 코치도 승리를 이끈 염혜선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축하했고, 동료들도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한편 KGC인삼공사는 오늘 흥국생명과 2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1라운드에서 3승 3패 승점 8점으로 4위에 자리한 KGC인삼공사지만 최근 팀 분위기가 좋다. 최강 현대건설을 상대로 2-3 아쉽게 패했지만 GS칼텍스에게 3-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오늘 경기에서 염혜선은 승부를 결정짓는 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국가대표 주전 세터라는 이름값을 해야 흥국생명을 넘을 수 있다.

[KGC인삼공사를 이끌고 있는 염혜선.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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