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철수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말 이러다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위기다. 바로 'A 등급' 한현희다.
한현희는 올해 FA 시장에서 'A 등급' 선수 중 유일하게 행선지를 찾지 못했다. 커리어만 놓고 보면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한현희는 선발과 불펜에서 경험을 두루 갖춘 자원이기 때문이다. KBO리그 통산 10시즌 동안 416경기에 출전해 65승 43패 105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 중이다.
훌륭한 커리어와 달리 한현희를 찾는 구단은 많지 않은 모양새다. FA를 앞둔 한현희는 지난해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한현희는 원정 숙소를 이탈, 술자리를 가지며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한현희는 스스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고, KBO로부터 36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구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FA를 앞두고 있던 한현희는 등록 일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FA 신청을 1년 미루게 됐다.
하지만 올 시즌도 한현희의 행보는 순탄하지 않았다. 'FA 대박'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던 한현희는 발목 부상을 당했다. 당연히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한현희는 회복 후 마운드로 돌아왔으나, 21경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4.75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FA 영입은 과거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감행하는 것. 한현희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자신의 주가를 높일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2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고, 이후 플레이오프(PO)부터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방역수칙' 위반을 시작으로 모든 것이 꼬인 한현희의 가치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한현희를 찾는 구단은 많지 않다. 한화 이글스는 29일 오선진을 품에 안으며, 올해 영입할 수 있는 슬롯을 모두 사용했다. 두산 베어스 또한 양의지의 복귀를 이끈 뒤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친정' 키움 또한 더 이상 FA 시장에는 미련을 갖지 않고 있다.
한현희는 'A 등급'으로 보상을 부담스러워하는 구단들이 상당히 많다. 대체가 불가능한 수준의 실력을 갖췄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지금의 흐름이라면 한현희는 정말 낙동강 오리알이 될 위기에 놓인 셈.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타구단 이적을 노려볼 수 있지만, 올해 FA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키움이 보상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한현희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박민우와 상당히 대조된다. 박민우도 지난해 방역수칙 위반으로 KBO 72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00만원, NC 2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박민우도 당연히 태극마크를 내려뒀고, FA 신청을 1년 연기했다. 올 시즌 성적도 104안타 타율 0.267 OPS 0.710으로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박민우는 지난 23일 NC와 5+3년 최대 140억원의 '잭팟' 계약을 터뜨렸다.
샐러리캡이 도입되면서 박민우의 높은 몸값을 감당할 구단은 많지 않은 가운데 박민우의 초대형 계약이 가능했던 것은 원소속 구단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현희는 분명 입장이 다르다. 키움은 한현희의 잔류에 큰 관심이 없는 상황. 결국 순간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대가가 크게 돌아오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한현희.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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