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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나도 처음 당하는 일이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4라운드 맞대결을 갖는다. 지난 2일 권순찬 감독을 경질한 이후 치르는 첫 경기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10승 23패 승점 31점으로 리그 6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달랐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복귀, 권순찬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14승 4패 승점 42점으로 리그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 2일 배구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소식이 전해졌다. 흥국생명이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을 동반 경질한 것.
흥국생명은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결별 이유를 밝혔다. '사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나, 사실상 경질이었다. '마이데일리' 취재 결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인사였다.
이호진 회장은 평소 권순찬 감독의 선수 기용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진 회장은 권순찬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성장할 수 있게 '리빌딩'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권순찬 감독이 성적을 위해 선수들을 다양하게 기용하지 않자 칼을 빼들었다.
즉 돈을 들여 배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고 승리로 보답하는 것보다 이호진 회장 본인이 원하는 배구를 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었다. 결국 권순찬 감독은 2일 아침 갑작스럽게 경질 통보를 접했고, 짐을 싸게 됐다.
권순찬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게 된 이영수 감독 대행은 5일 경기에 앞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2일(감독 경질)에는 조금 그랬다. 운동도 진행하기 힘들어서 선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김연경의 경우 3일까지 훈련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어제는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선수들과는 어떠한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영수 대행은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해도 선수들은 동요가 돼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선수들이 나를 걱정해 주더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계속해서 이영수 대행은 "권순찬 감독님과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힘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오늘 경기가 끝난 후 연락을 드리겠다. 몸조리 잘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우리보다는 감독님께서 충격이 크실 것 같아서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까지는 구단에서 감독을 경질할 징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영수 대행의 설명이다. 이영수 대행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전혀 이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나도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 나도 처음 당하는 일"이라며 향후 거취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있다. 경기가 끝난 뒤에 말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 이영수 대행이 5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지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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