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연경'이라 불렸던 정호영...'제2의 양효진'으로 잠재력 폭발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KGC 인삼공사 정호영은 지난 2016년 중학교 3학년 때 여자배구 성인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고등학생이 성인 대표팀에 뽑힌 적은 있지만 중학생이 대표팀에 승선한 건 정호영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선명여고 2학년 시절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대표팀에도 차출됐다.

그만큼 배구계에서는 정호영을 '제2의 김연경'이라 부르며 거는 기대가 컸다. 그녀는 김연경(192cm)에 버금가는 190cm 큰 키로 선명여고 시절 한 경기에서 40득점을 올리며 고교무대를 평정했던 선수다. 높은 점프력과 긴 체공력을 이용해 아웃사이드 히터와 미들블로커를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했다.

2019년 1라운드 1순위로 KGC 인삼공사에 지명돼 '대형 공격수'로 주목받았지만 리시브가 불안으로 공격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고 기대만큼 성장하지도 못했다. 피지컬 면에서는 김연경과 비슷하지만 파워가 부족했고 수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아웃사이드 히터보다는 미들블러커가 어울린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연경 뒤를 이을 차세대 대표팀 윙 공격수로 주목받던 그녀였지만 2020-2021 시즌을 앞두고 고심 끝에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당시 미들블로커 출신 이영택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 중 큰 부상을 당하게 됐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무릎이 뒤틀리며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며 1년간 재활에 몰두했다.

그리고 올 시즌 또 다른 미들블로커 출신 고희진 감독을 만나며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블로킹 3점 포함 21득점으로 개인 커리어 최고의 경기를 펼치며 세트스코어 3-1(25-19, 25-23, 22-25, 25-19) 팀 승리를 이끌었다. 포지션 변경 이후 마침내 잠재력이 폭발한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정호영은 파괴력 넘치는 빠르고 정확한 속공은 물론이며 상대 허를 찌르며 코트의 빈 곳을 보고 밀어 넣는 여유까지 보여주며 흥국생명 선수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알고도 못 막는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양효진처럼 그녀는 공격성공률 62.07%를 기록하며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한때 '제2의 김연경'이라 불렸던 정호영은 이제 '제2의 양효진'이라 불려도 될만한 실력을 갖췄다. 이제 갓 20살이 넘은 21살로 나이로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장신 선수가 부족한 여자배구계에 중요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연경(192cm), 양효진(190cm), 김수지(188cm) 등 장신 선수들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상황이라 잠재력이 폭발한 정호영의 등장은 장신 선수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소식이다.

[21득점, 공격성공률 62.07%, 공격효율 51.72%로 맹활약한 정호영.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