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오현규, 남는 조규성...'무엇'이 운명을 뒤집었나?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무엇이 오현규(21·셀틱)와 조규성(25·전북 현대)의 운명을 엇갈리게 했을까.

오현규가 유럽파 대열에 합류했다. 셀틱은 지난 25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를 영입했다. 5년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당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발표했다.

셀틱은 오현규에 300만 유로(약 40억원)를 투자했다. 처음 제시한 금액은 이 정도로 높지 않았다. 수원 삼성과 협상 과정에서 이적료를 계속해서 올리며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했다. 오현규도 해외 이적에 대한 의지가 강해 결국 셀틱 유니폼을 입게 됐다.

셀틱이 처음에 원했던 선수는 오현규가 아닌 조규성이었다. 조규성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2골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셀틱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셀틱만 조규성에 관심을 보인 게 아니었다. 마인츠(독일)와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미국)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조규성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셀틱은 오현규로 눈을 돌렸다.

유일하게 셀틱의 제안만 있었던 오현규는 떠나고, 여러 제안을 받은 조규성은 전북 잔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규성은 지난 16일 떠난 전북의 스페인 전지훈련에도 동행했다. 출국 직전까지 고민을 했으나 함께 훈련을 떠난 만큼 전북에 남는 선택이 유력해졌다.

장고 끝에 잔류를 선택한 큰 요인은 역시 이적 시기로 보인다.

1월은 ‘추춘제’를 도입한 K리그에게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다. 반면 ‘춘추제’를 시행하는 해외 리그는 이미 시즌이 절반 가까이 진행됐을 시점이다. 시즌을 준비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더욱이 지난 12월에는 월드컵까지 펼쳐지며 휴식기도 가지지 못했다.

지난 12일 진행된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조규성도 이에 대한 고민을 인정했다. 조규성은 “나는 이제 몸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해외에 있는 선수들은 시즌을 진행 중이다. 지금 상황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여름과 겨울 이적 시기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시즌 중간에 합류하는 건 리스크가 큰 선택이다. 해당 국가의 특징과 문화 등을 파악하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서야 한다. 더욱이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핵심 전력을 원한다. 곧바로 경기에 투입 돼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규성에게 여러 팀의 제안이 있음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인이 안정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고 전술도 맞아야 한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이 컸기에 그에 따른 부담감도 클 수 있다. 이 때문에 1월보다는 다음 여름 이적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거 겨울 이적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한국 선수들도 존재했다. 최근 겨울 이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선수가 대표적으로 이동준이다. 이동준은 2021년 울산에서 활약한 뒤 다음 해 1월 헤르타 베를린(독일)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부상과 부진이 겹쳤다. 국가대표 명단까지 이름을 올렸던 이동준은 이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며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낙마했다.

이동준은 미디어 캠프를 통해 “힘든 시기였다. 부상도 있었고 자신감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박지성, 기성용도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셀틱으로 시즌 중에 이적을 하면서 첫 시즌의 어려움을 밝힌 적이 있다.

반면 오현규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겨울 이적임에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박 위원은 “오현규는 조규성보다 나이가 어리다. 셀틱에서 당장 주전으로 나서지 못하더라도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점차 출전 기회를 늘리면서 성장할 수 있고 이후 새로운 팀으로 이적도 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조규성과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같은 1월 이적, 심지어 똑같은 팀의 제안을 받은 조규성과 오현규. 개인의 상황과 미래를 계획하는 방향의 차이가 잔류와 이적을 결정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한국프로축구연맹·셀틱]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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