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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MBN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더불어민주당이 현역 국회의원 등 지역위원장을 평가하는 당무감사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권리당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 추후 국회의원 공천까지 좌우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내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친명(친이재명) 일색인 지도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자칫 분당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당 정치혁신위원회는 당무감사 평가 항목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새로 추가하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무 감사는 해당 지역구의 운영 상태와 홍보 활동 등을 평가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중 누구를 공천하고 솎아낼지를 결정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즉, 공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는 당무감사 평가 항목에 '권리당원 여론조사 20% 반영' 등을 신설하는 내용이 혁신위 보고서에 담겼다. 기존 평가항목인 당헌당규 준수는 50점에서 25점으로 배점을 줄이고, 홍보활동과 민원처리, 지역공동체 기여 비중도 각 5점에서 10점으로 조절했다.
특히 보고서에는 당 지도부 선출 시 권리당원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현행 40%에서 50%로 확대하고, 대의원 투표 비중은 기존 30%에서 20%로 축소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내용이 실현될 경우 향후 공천 심사나 지도부 구성이 개딸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딸의 막강한 지지를 받는 현 지도부 체제에서 공천이 이뤄질 경우 비명계 축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은 지금도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에 분개하며 '공천 살생부'까지 제작·유포 중이다. 전날에는 배신자를 내년 총선에서 응징하겠다는 의미로 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퍼포먼스 등 폭력적인 행동까지 감행했다.
앞서 초선 강경파 중 한 명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 2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그분들(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비명계)을 심판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혁신위가 총선 공천 때 활용하는 선출자 공직자 평가 항목에 '당무기여활동' 신설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위는 ▲당직 수행 ▲정치 현안에 대한 당 대응 활동 참여 ▲언론 및 미디어 활동 등을 지표로, 지역구 국회의원은 20%, 비례대표는 30% 비율로 반영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당내 주류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비주류가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전날 B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이 발언권을 높이려고 한다든가 정치적 기본권을 더 확대하려고 하면 상대 쪽에서는 가만히 있겠느냐"며 "내 입장을 강화하려고 수적인 우위에 의해 상대를 누르겠다고 하면, 상대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도 같은 날 현역의원 단체 대화방에 해당 내용이 담긴 기사 링크를 공유하면서 당 지도부의 입장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YTN 라디오에서 "친명·비명 공천 공포증까지 오면 잘못하면 민주당이 분당의 길로 간다"며 "이 대표에게 공천 혁신안은 절대 하지 말라고 권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이 대표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이른바 개딸들"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소위 '개딸'들의 집단적 겁박과 소수의견 탄압이 판을 치는 가운데 당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맞은 민주당으로선 당의 망조가 가속화될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민주당은 개딸들의 놀이터인가"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당이 진화에 나섰다.
혁신위 보고서는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며, 아직 논의 중인 사안이라는 것이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전날 공지를 통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혁신위 정당혁신분과위원장인 이해식 의원도 4일 페이스북에 "당원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을 평가하고 일정 정도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며 "혁신위 논의 사항을 보도한 일부 언론은 '개딸'로 표현되는 강성 팬덤에 의해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이 좌지우지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소위 '비명계' 배제 음모처럼 몰아가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공천에 관한 한 이해찬 당대표 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들어 놓은 '시스템 공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표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당규 개정 단계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의총을 통한 토론과 숙의의 과정도 필요로 한다"며 "혁신위의 안도 당의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당의 단결이 최고의 혁신"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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