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경험 많은 선수들도 떨리는데…”
최근 이정후가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던 WBC 한일전을 앞두고 이용규(이상 키움)에게 전화를 건 사연이 화제다. 천하의 이정후도 한일전을 앞두고 떨려서 가장 믿는 팀 선배에게 전화를 할 정도였다니, 국가대표 경험이 일천한 몇몇 젊은 선수들의 긴장감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지나친 긴장감은 실력 발휘를 못하는 원인이 된다. 5만50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차는, 심지어 99%가 일본을 응원하는 도쿄돔은 확실히 위압감이 있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도 실력을 발휘해야 진정한 프로다. 한일전을 진 한국선수들이 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한다면 변명으로 밖에 안 들린다.
그러나 적어도 선수들이 긴장을 덜 하도록 장치를 만들어주는 역할은, 야구계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표팀이 치르는 국제대회, 축구로 치면 A매치데이를 더 많이 만들면 된다. 프로리그의 비중이 압도적인 야구라서, 쉽지 않은 건 맞다. 그러나 시간과 날짜는 만들어내면 된다.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이란 이름으로 대표팀을 브랜드 네이밍한지 오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과 미일 올스타전을 정기적으로 치르고 있다. 지난 몇 년의 행보를 돌아보면 비 시즌에 평가전도 많이 개최했다.
이정후는 15일 시범경기 고척 KIA전을 앞두고 “우리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일본은 매년 대표팀을 소집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을 것이다. 우린 리그에서 또 열심히 하면 된다. 그래도 KBO가 국가대표 친선대회를 만들어주면 열심히 싸우고, 그러면서 큰 경기에 대한 긴장감도 풀어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꼭 중요한 국제대회 준비 차원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국가대표 경기를 많이 치러보면서, 그 경험을 토대로 큰 경기에 나서면 적어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이정후의 생각이다. 이번 WBC 참사는, 객관적 전력 차와 실력 문제만큼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진단이 많다. 컨디셔닝 문제와 함께 실전 부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정후는 “선수들에게 미리 (중요한 국제대회와 비슷한)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KBO가 할 부분이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느낌부터 다르다. 그 느낌을 갖고 바로 중요한 경기에 나가는 것보다 연습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 같다. 다들 잘 하고 싶은데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경험 많은 선수들도 떨린다고 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긴장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KBO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투손, 고척, 오사카에서 많은 연습경기를 준비했다. 그러나 스파링파트너 대부분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KBO리그 팀이었다. KBO리그 팀 외에는 오릭스 버팔로스 2군, 한신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전부였다. 물론 WBC 조직위원회가 배정한 공식 연습경기만 치르고 이번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국가도 나올 것이다.
KBO가 준비를 안 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좀 더 양질의 스파링파트너를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기왕이면 스프링캠프 기간 일부를 할애해 일본, 대만 등 인접국가는 물론이고 남미, 북중미, 국가들과 친선대회를 갖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번 WBC를 보면 호주나 유럽국가들의 수준도 상당히 올라왔다. 우리나라가 상대국가들의 수준을 논할 상황은 절대 아니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금전 이슈’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투자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대한축구협회처럼 빵빵한 야구대표팀 운영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말만 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정후의 바람, 지적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정후.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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