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한쪽을 그만 둔 건 아니다.”
키움에는 두 명의 오타니 쇼헤이가 있다. 주인공은 3년차 장재영과 신인 김건희. 장재영은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부터 시작했고, 김건희는 원주고 시절부터 포수 겸 투수였다. 현재 장재영은 투수와 외야수, 김건희는 투수와 1루수로 번갈아 나선다.
스코츠데일 전지훈련에서 두 사람의 바쁜 일상이 꽤 화제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접근법은 뚜렷하게 갈렸다. 장재영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타자 체험을 하는 것이었고, 김건희는 제2의 오타니에 ‘진심’이었다.
장재영은 고교 시절 이후 오랜만에 타석에 들어서서, 타자 입장에서 투수를 상대하는 마인드를 일깨워나가는 중이다. 지난 2년간 기대에 비해 안 풀린 야구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다시 잡은 방망이가, 이젠 야구인생의 방향성을 설정해준 도구가 됐다. 장재영은 시범경기 기간에도 타격 및 수비훈련을 하지만, 투수로 성공하겠다는 의사가 확고하다.
홍원기 감독은 물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라고 한다. 하지만, 장재영과 이미 합의가 끝난 듯하다. 조만간 투타겸업은 끝난다. 정규시즌은 전쟁이다. 장재영은 올 시즌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선발투수 준비에 집중하는 게 맞다.
김건희는 홍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약간의 생각 차이가 있다. 김건희는 16일 시범경기 고척 KIA전서 김대유를 상대로 역전 결승 2타점 중전적시타를 쳤다. “노렸던 공이 와서 자신 있게 쳤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홍 감독은 김건희의 남다른 타격 재능을 캐치한 상태다.
공식적으로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막판부터 은근슬쩍 타자에 집중시킬 뉘앙스를 풍겼다. 홍 감독 역시 김건희를 1루수로 키울 생각이 커 보인다. 그저 이제 프로에 막 들어온 신인의 사기와 로망을 꺾고 싶지 않기에, 배려를 하는 것이다.
김건희는 14일 고척 KT전서 1⅓이닝 1피안타 3사사구 4실점으로 부진했다. 이를 떠올리며 “투수로 프로의 쓴맛을 봤고 벽도 느꼈다. 프로는 확실히 다르다. 겸손해야 하고, 더 성장해야 한다. 그래도 다음에 등판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한 쪽을 그만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투타겸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다.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30분부터 방망이를 돌리고, 수비 훈련도 재미 있게 하고 있다. 투수 훈련을 하는 날에도 진지하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 대단한 신인을, 어른들이 어떻게 “투수는 하지 말고 타자에만 집중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선택의 시간은 다가온다. 현실적으로 오타니처럼 되기 쉽지 않다면, 타자에 집중하는 게 맞다. 키움은 내부적으로 김건희의 타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투수의 그것보다 높게 본다. 투수는 전문적으로 배운 시간이 부족해 성장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한 상태다. 홍 감독을 비롯한 키움 코칭스태프가 김건희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잘 설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어차피 올해 즉시전력감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긴 호흡으로 접근해 당분간 투타겸업을 시키다 천천히 방향성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 키움으로도 어차피 투수 김건희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지금 포기시킬 이유는 없다.
[장재영(위), 김건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고척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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