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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일본과 이탈리아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을 앞두고 기자회견장이 단체로 '멘붕'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대진표 변경 때문이었다.
WBC 조직위원회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6일 일본과 이탈리아의 준준결승(8강) 맞대결에 앞서 갑작스럽게 대진표를 변경했다. 일본과 미국이 4강에서 맞붙지 않고, 결승에서 만나게 되는 일정.
당초 WBC 조직위원회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B조 1위(일본)-A조 2위(이탈리아)의 승자는 4강에서 D조 1위(베네수엘라)-C조 2위(미국)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팀과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경쟁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16일 일본과 이탈리아의 8강전을 앞두고 대진표가 변경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미국이 C조 조별리그에서 2위를 기록한 것 때문. WBC 조직위원회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미국이 2위로 8강 무대를 밟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이 C조 2위로 8강에 진출하게 되면서, 4강에서 일본과 미국이 맞붙을 수도 있는 대진표가 탄생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대진표에 '손'을 뎄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A~D조의 조별리그가 모두 끝나자 슬그머니 B조 1위(일본)-A조 2위(이탈리아) 승리팀과 C조 1위(멕시코)-D조 2위(푸에르토리코)의 승자가 맞붙는 대진표를 발표했다. 그리고 최초에 발표한 대진표에 달려 있던 '일본팀이 2라운드(8강)에 진출하면 B조 1위든 B조 2위이든 상관 없이 8강 2차전을 치른다'는 것과 '만약 미국 팀이 2라운드(8강)에 진출한다면, 미국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는 주석도 사라졌다.
즉 미국과 일본이 일찍 맞붙게 돼 두 팀 중 한 팀이 탈락하게 될 경우 티켓 판매와 흥행 실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권력'을 이용한 것. 이탈리아 마이크 피아자 감독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변경된 대진표로 인해 취재진은 단체로 '멘붕'에 빠졌다. 크리스 마리낙 메이저리그 최고 운영 및 전력 책임자는 해명의 시간을 가졌지만, 취재진의 납득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일본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준결승 상대가 바뀌는 사태가 일어났다'는 취재진의 말에 "미안하다"며 "일단 오늘은 경기에서 어떻게 이기느냐는 생각 밖에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오늘은 이기기 위해서 왔다. 때문에 오늘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크리스 마리낙 메이저리그 최고 운영 및 전력 책임자를 시작으로 마이크 피아자 감독, 쿠리야마 감독의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에도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일본 '풀카운트', '석간후지'를 비롯해 'TBS' 캐스터 등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없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력'까지 남용하며 대진표를 바꾼 행동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원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WBC 홈페이지 캡처]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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