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좌좌좌좌좌.
KIA 김종국 감독은 20일 시범경기 광주 LG전서 선발투수 숀 앤더슨이 5⅓이닝을 소화하고 내려가자 잔여 3⅔이닝을 이준영(⅔이닝)~김기훈(1이닝)~김대유(1이닝)~최지민(1이닝)으로 꾸렸다. ‘좌좌좌좌’ 계투였다.
시범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시된다. 테스트도 많이 한다. 그런데 김종국 감독의 ‘좌좌좌좌’는 단순한 테스트라고 보기 어렵다. 정규시즌에도 이런 기용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아니, ‘좌좌좌좌좌’까지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KIA에 재능 있고 잠재력 높은 왼손투수가 즐비하다. 에이스 양현종과 이의리는 선발진의 확고한 두 축이다. 여기에 5선발을 놓고 신인 윤영철과 김기훈이 겨룬다. 기존 왼손 셋업맨 이준영에 FA 박동원의 보상선수로 입단한 왼손 사이드암 김대유, 2년차 좌완 최지민에 사이드암과 스리쿼터의 중간 높이에서 특이하게 투구하는 왼손 잠수함 2호 곽도규도 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5선발 경쟁은 윤영철이 앞서가는 형국이다. 윤영철은 16일 고척 키움전에 이어 21일 광주 LG전에도 선발로 나간다. 반면 김기훈은 세 차례 모두 불펜 등판했다. 이럴 경우 20일 LG전에 등장한 네 명의 왼손투수에 곽도규까지 투입되면 ‘좌좌좌좌좌’가 완성된다. 양현종이나 이의리, 윤영철이 선발 등판하면 최대 '좌좌좌좌좌좌'다.
김종국 감독은 일찌감치 왼손타자에게 왼손투수를 투입하는, 전형적인 공식 같은 기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왼손타자가 왼손투수에게 약하지도 않을 뿐 더러, 왼손투수도 오른손타자에게 강한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불펜 투수들도 체인지업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백도어 슬라이더에 투심, 커터까지 홈플레이트에서 타격 타이밍을 흐트러트릴 수 있는 구종까지 장착한 시대다. 왼손 불펜들이 경쟁력을 보여주면, 오른손 불펜들의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실제 KIA의 경우 팔꿈치 뼛조각 수술 후 재활 중인 장현식이 4월에는 복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마무리 정해영 앞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수행할 우완 불펜은 전상현 정도다. 사실상 왼손불펜 5인방과 전상현을 결합, 추격조 없이 ‘전원 필승조’ 수행도 가능해 보인다.
결정적으로 왼손 불펜 5인방의 개성이 뚜렷하다. 김대유와 곽도규는 폼 자체가 희소성이 있다. 김대유보다 곽도규의 팔이 조금 더 높은 차이점도 확실하다. 곽도규는 포심과 커브의 좋은 커맨드로 삼진을 잡는 능력도 갖췄다. 투구 동작에 들어갈 때 양 어깨를 번갈아 두 번 흔드는 루틴도 인상적이다. 김대유는 시범경기서 기복이 있지만, 기량 자체는 검증이 끝난 투수다.
최지민은 투구 매커닉을 수정해 구속이 확 올라갔다. 김기훈은 상무 시절 막바지에 중심이동을 효과적으로 하는 매커닉으로 변화를 꾀했고, 유지하는 중이다. 시범경기서 기복이 있지만, 나쁘지 않다. 이준영도 투구동작에 들어갈 때 왼팔과 오른팔의 높이를 수평으로 맞추면서 스윙폭을 조정하면서, 주무기 슬라이더 위력이 배가된 케이스다. 통산 41홀드의 비결이다.
일관성 유지가 최대 숙제다. 5인방 모두 1군 풀타임 경험이 많지 않은 게 약점이다. 그러나 그 시기를 겪으면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게 인내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최근 크고 작은 부상이 잦았던 장현식과 전상현의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볼 전망이다. KIA가 좌완 일변도의 불펜으로 지키는 야구에 도전한다.
[위에서부터 이준영, 김기훈, 김대유, 최지민, 곽도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