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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이승엽이네.”
한국은 1라운드를 끝으로 퇴장했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한 야구 팬들의 관심은 은근히 높은 편이다. 특히 일본야구의 우수함을 새삼 느끼면서 부러운 감정도 공유하고 있다. 일본은 21일(이하 한국시각) 준결승서 멕시코에 6-5,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경기였다.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의 7회말 우월 스리런포로 균형을 맞추더니, 4-5로 뒤진 9회말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좌중간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특히 무라카미의 끝내기 한 방이 드라마틱했다. 2000년생의 젊은 왼손 거포 무라카미는 지난해 56홈런으로 일본프로야구 홈런 새 역사를 썼다. 그런 무라카미는 아무래도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A급 국제대회는 2년 전 도쿄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대회 내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이날 전까지 1~2라운드 5경기서 17타수 4안타 타율 0.235 3타점 5득점에 그쳤다. 홈런 없이 2루타 2개에 6개의 볼넷을 골라내긴 했다. 그러나 투수가 한 방을 의식해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고, 잘 맞은 타구는 많지 않았다. 삼진도 8차례 당했다.
그래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이날 무라카미를 5번 3루수로 투입했다. 8회까지는 변함없었다. 4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3개. 그런데 1점 뒤진 9회말 무사 1,2루, 극적으로 무라카미에게 기회가 왔다. 이때 구리야마 감독은 무라카미에게 믿음을 보냈다. 대타로 교체하거나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다. 경기의 중요성, 상황을 볼 때 대타로 교체해 희생번트 작전도 충분히 낼 수 있었다. 대신 장타에 끝내기 득점을 의식, 1루 주자 요시다를 대주자 슈토 유코(소프트뱅크 호크스)로 교체했다.
결국 무라카미는 구리야마 감독의 뚝심에 화답했다. 지오바니 갤레고스(멕시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볼카운트 1B1S서 3구 94마일 포심을 제대로 밀어내며 좌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장타를 날렸다. 살짝 높게 들어간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무라카미는 펄쩍펄쩍 뛰며 동료들과 기뻐했다.
KBO리그 현장에서도 이 경기는 꽤 화제였다. 9회에 들어갈 때, LG 염경엽 감독이 취재진과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염경엽 감독도 경기를 체크하고 있었다. 그런데 9회말 무라카미의 끝내기 2루타가 터진 순간 인터뷰실 인근에서 크게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났다.
염 감독은 무라카미의 끝내기 2루타 소식을 접하더니 웃으며 “이승엽이네”라고 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과거 2000 시드니올림픽,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 베이징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다 매우 중요한 경기, 결정적 순간에 홈런이나 장타를 터트려 ‘국민타자’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날은 무라카미가 일본의 이승엽이었다.
무라카미의 드라마는 아직 안 끝났다. 22일 미국과의 결승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기회를 잡았다. 무라카미가 결정적 한 방으로 일본의 결승 진출을 넘어 14년만에 일본에 우승까지 안긴다면, 일본야구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무라카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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