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나랑 싸우고 있더라” 삼성 30세 연봉킹의 처절한 비판…매 타석 ‘소중’[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나랑 싸우고 있더라.”

삼성 간판타자 구자욱(30)은 2022시즌 99경기서 타율 0.293 5홈런 38타점 69득점 11도루 OPS 0.741에 그쳤다. 잔부상으로 풀타임 주전이 된 이후 처음으로 100경기를 채우지 못했고, 성적도 냉정히 볼 때 부진했다.

그런 구자욱은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자청해서 참가, 엄청난 훈련량을 군말 없이 소화했다. 스프링캠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많은 훈련 속에서 자신의 타격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처절한 자기 반성, 비판을 했다.

구자욱은 24일 시범경기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4개월 정도 됐다. 깨달음을 얻으려고 그 많은 훈련을 자청했는데 실패가 많았다. 그래도 시범경기서 결과물이 나오고 있고, 자신감이 쌓이면서 좋은 점을 찾아가고 있다”라고 했다.

훈련을 통해 뭘 실패했을까. 구자욱은 “타격을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전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연습했다. 그걸 실패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잘못된 훈련을 했다는 고백이다.

특히 구자욱은 “경기할 때 투수를 상대해야 하는데, 어떤 부분에선 나랑 싸우고 있더라. ‘느낌이 이상하다’ 이런 마음을 갖고 경기에 임하니 잘 되지 않았다. 전투를 하러 나가야 하는데 왜 내가 불편한 걸 생각했을까. 이제 투수의 호흡에 잘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타격 매커닉, 폼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투수들과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고백이다. 2022시즌 얘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구자욱은 “작년에 부족했다. 나 자신도 안다. 아무 것도 안 할 수 없었다. 더 잘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자신 있는 공을 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막 휘두르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코스, 구종을 쳐야 한다. 한 타석, 한 타석 소중히 여기고 있다”라고 했다.

구자욱은 삼성과의 5년 120억원 계약의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연봉 20억원으로 연봉킹이다. 그는 “부담은 되지 않고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된다. 나를 더 열심히 하게 하는 것이다. 팬들에게 더 이상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싫고,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임한다. 팀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시범경기 페이스는 좋다. 24일 고척 키움전 3타수 1안타를 포함해 21타수 7안타 타율 0.333 3타점 3득점. 구자욱은 “지금이 내겐 시즌이다. 시범경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범경기이니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못하면 안 괜찮다. 지금이 정규시즌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라고 했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준비를 잘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계획한대로 준비해왔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를 잘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구자욱이 살아야 삼성 중심타선에도 탄력이 붙는다.

[구자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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